"양질의 법률서비스는 제대로 된 평가에서 나와"

"평가기준 공정성 의심" vs. "무리한 내용 삭제"

이 협회장 퇴장 후 위원회서 결국 안건 부결돼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로스쿨 평가 기준 완화'를 두고 변호사업계와 로스쿨 평가위원회가 정면 충돌했다. 평가위가 3주기 평가에 시범 도입된 '교육성과' 부문에 대한 평가요소를 대폭 삭제하려하자 변협 측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이날 평가위는 평가요소 삭제 안건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제6기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위원장 김주덕)는 23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달 말일 임기가 종료되는 제6기 평가위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회의였다. 

그런데 이날 평가위는 ▲교육성과 목표의 적절성 ▲국제화 및 특성화 교육성과 목표 ▲공법·민사법·형사법 분야에서의 교과목 편성 및 개설, 교과목 이수, 교과목 강의계획서 등의 평가요소를 대폭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해당 요소들은 지난 2주기 평가가 끝난 뒤, 보다 내실있고 구체적인 로스쿨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3주기 평가에 시범 도입된 평가요소다. 만일 해당 요소들이 모두 삭제된다면, 로스쿨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은 실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곤란해 질 수 있다. 

심지어 평가위 소속 위원 중 최다 인원인 4명이 현직 로스쿨 교수들이어서 이러한 평가 기준의 '셀프 완화'는 이해상충(컨플릭트) 소지가 높다. 피평가자인 로스쿨 교수들이 스스로 평가 기준을 낮추려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또 아직 3주기 평가(2022. 9.~2023. 1.) 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앞으로 5년간 진행될 4주기(2022~2027)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본평가를 마무리 지은 다음에,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 뒤 기준을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마침내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이 직접 회의에 참석해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이 협회장은 "로스쿨 평가위가 교육성과 부문 평가요소를 대량 삭제한 '로스쿨 평가기준 개정안'을 교육부에 제출했고, 교육부는 7월 15일 이를 승인했다"며 "로스쿨에서 과연 어떤 교육을 하고 있고 학생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설립 취지나 목표 등의 목표 달성을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평가기준을 다 삭제하는 것은 로스쿨 평가가 과연 공정하고 내실있는 평가인지 의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는 세금을 지원하고, 다양한 단체가 장학금을 내놓는 등 전국민적 차원에서 지원해 로스쿨이 여기까지 왔다"며 "제대로 된 평가를 실시해야 이를 기초로 좀더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이 우수한 법률서비스를 제공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평가위는 교육부 예산이 투입돼 공무 수행 성격을 가진 업무를 취급하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로스쿨 평가위 임기가 불과 7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고작 5일 전에 상정한 (교육성과 부문)평가기준 삭제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또 "당초 (위원장이) 의도한 바와 같이 (교육성과 부문을 삭제한 평가기준을) 의결 결정하신다면 협회는 차후 대응책을 충분히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주덕 제6기 로스쿨 평가위 위원장은 "위원 모두 로스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평가기준을 만드는 등 업무를 10년간 해왔다"며 "교육성과 부문을 삭제한 이유는 애초에 무리하게 추가하려고 했던 시범평가 등을 삭제하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4주기 평가가 한 학기가 지난 시점이라 우리가 (평가기준을) 매듭짓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진행된 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앞서 이 협회장을 비롯한 변호사 20여 명은 '로스쿨 평가기준 셀프 완화'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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