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년차 변호사 시절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한약을 먹고 몸상태가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산모에 대응하여 산호조리원 측을 대리한 경험이 있다. 산모는 변호사 없이 혼자서 법정에 출정했다. 그리고 재판 시작 전 복도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당신이 아이를 낳았을 때 나랑 똑같은 일을 겪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외쳤다. 10년차를 넘긴 지금은 이와 같은 일에 많이 무뎌져서 경위에게 상황을 알리고 자리를 피하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 핏발서린 말과 그 말을 뿜어내는 산모의 기운이 너무 무서웠다. 재판이 끝나고도 혼자 법원을 나올 수 없어 직원에게 연락해 직원과 함께 겨우 사무실로 복귀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의 방화사건을 들었을 때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의 카카오톡에서 방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그 날의 그 장소에 내가 없었을 뿐, 언제든지 나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이기게 하려고 최선을 다 하지만 업무 결과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에게는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고통을 가져오게 된다.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 대부분은 마음 속에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안고 업무를 할 것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해주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법률조언가다. 변호사가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의뢰인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최선을 다 한 업무의 결과가 의뢰인이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변호사에 대한 악감정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감정의 해소가 최선을 다 해서 사건을 진행한 변호사에 대한 심리적신체적인 공격이라면, 소심하고 심약한 나는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농담으로 노후에는 꽃집을 열고 싶다는 말을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모두에게 꽃과 같이 기쁨을 주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변호사로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뒤늦게나마 대구 방화사건의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
/조우선 변호사
법무법인 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