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1일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 범죄에 직권남용과 매수·기부행위 등을 포함시키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검수완박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시행령을 조정해 수사 개시 범위를 넓힌다는 취지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법 취지를 고려해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개정했다"며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깡패와 보이스피싱, 권력갑질, 마약 밀매 등을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은 충분한 준비없이 성급하게 도입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법안 통과 이후 검찰 수사 권한의 과도한 제한으로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가속화될 일선 형사사법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조치이다.

지난 4월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변호사의 73.5%가 경찰 단계에서 수사 지연을 경험하였고, 과반수는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심지어 '내 사건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소재 확인조차 안 되고 있다'는 당혹스러운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형사사건의 수사지연은 관련 민사재판의 지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시한을 정해놓고 조급하게 개정한 탓에 수사 역량과 인력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검사의 수사권을 과도하게 축소하였고, 일선의 사법경찰은 갑작스레 과도하게 업무를 떠안은 결과이다.

형사사법제도의 근본 취지를 외면하고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검토없이 졸속 처리된 형사사법체계의 개정이 가져온 결과이다. 불의에 의해 침해당한 국민 권익을 적시에 구제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형사사법제도의 근본 취지를 송두리째 훼손하고 있는 꼴이다.

일각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이 개정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초과·일탈하여 위헌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를 규정하고 있다(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문언상으로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시행령 등 하위 법규의 개정을 통해 열거된 2가지 유형 이외의 범죄에 대해서도 검사에게 수사권을 인정하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입법자가 ‘그 밖의 것’도 포함한다는 의미를 표상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문언을 채용한 입법 의도를 설명하기 어렵다.

나아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는 일반적이고 관념적 용어로서 그 범위에 대해서는 확립된 통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중요범죄'는 부패범죄나 경제범죄보다 더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에 해당한다. 그러니 시행령을 통해 불명확한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인권과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졸속으로 추진된 사법 정책의 부작용으로 일선 현장에서는 정작 역량을 기울여야 할 확산일로의 마약, 폭력, 보이스피싱, 가상화폐 범죄, 사기 등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범죄가 사장(死藏)되고 있는 등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각자 기존 입장과 주장에 반한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반대와 비판을 이어가는 경직성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해법 도출을 어렵게 한다.

법무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현 단계에서는 당장 나타나고 있는 형사사법의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부득이하고 불가피한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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