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의협·치의협 등 10일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 심포지엄' 개최

"소비자 후생 증진 목적만으로 공공의 규율질서 모두 허물텐가"

"자격사단체와 주무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 바람직" 주장도

△ 권오성 교수(가운데)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권오성 교수(가운데)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변호사·의사 등 전문 직종의 광고와 중개시장은 직역 단체가 주관하는 공공플랫폼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문자격사 특성상 상업화된 플랫폼을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국민들의 알 권리와 정보 접근권을 충족하면서도 사설 플랫폼으로 인한 폐해는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공공플랫폼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김승원 의원과 공동으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권오성(사시 41회)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전문가 광고 또는 소개 플랫폼의 법적 규율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 교수는 "플랫폼은 대면 거래를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그릇"이라며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는 이유만으로 오프라인에서 금지되는 행위를 허용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허용되는 행위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설계한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력과 알고리즘에 내재하는 편향성을 고려할 때 플랫폼의 행위에 대한 규제는 거래 형식이 아닌 거래 실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플랫폼에서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검색 노출이 달라지는데 이는 실제 소개·알선과 유사한 형태를 띨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는 위법으로 보이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소위 '혁신기업'들은 (관련 규제가 모호한)이러한 상황을 찬스로 보고 진입한 다음, 독점적 지위를 선점해 금융자본에 사업을 판매한다"며 "변호사 광고·중개 영역에서 변호사 등은 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오히려 플랫폼은 규제를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변화된 현실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변호사 추천을 유상으로 하면 안 된다는 등 규율이 필요하지만, 규정 마련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한변협에서 운영하는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klaw.or.kr)' 홈페이지 화면
△ 대한변협에서 운영하는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klaw.or.kr)' 홈페이지 화면

권 교수는 또 공공의 영역(public)과 상거래 영역(commerce)에서의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문직종에서 커머스 플랫폼이 무분별하게 세(勢)를 확대하는 것은 전문자격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 운영 방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공공조합으로 볼 수 있는 변협은 법률사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일정한 공공성을 인정 받고 변호사 등록과 징계 등 업무에서 정부로부터 행정권 일부를 넘겨받았다"며 "이처럼 엄격한 내부 규율이 존재하는 전문직 영역에 뜬금없이 플랫폼들이 들어와서 영업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광고·알선 등의 문제를 떠나서 변호사법·의료법 등에 따라 그 활동을 자율시장에 맡기지 않고 자체 규율을 갖고 있는 공공시장에 사기업이 들어와 기존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소비자 후생 증진이라는 편익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공공성을 전제한 규율 질서를 통째로 허물어버리는 행위를 용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변협과 같이 자치권을 향유하는 공공조합에서 소속 회원 총의에 따라 비영리사업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면 정보비대칭 문제가 해소되고 비자격자에 의한 시장개입 문제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최재윤(사시 52회) 변협 홍보이사는 "주주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변호사들도 수많은 변호사 중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광고를 하고 저렴하게 많은 사건을 수임해 한 사건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플랫폼은 일반적인 상거래 플랫폼과 다르게 취급해 독점력이 형성되기 전에 '독점 가능성'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변협과 법무부 등이 플랫폼에 대한 최종 통제권을 갖고 민간 능력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면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공익사업 체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률(자료: 심포지엄 자료집 내 이주한 변호사 토론문)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률(자료: 심포지엄 자료집 내 이주한 변호사 토론문)

이주한(변시 3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 변호사는 "쿠팡, 카카오 등 플랫폼 사용으로 소비자 편리성과 후생이 증대할 것 같기만 했는데 시장 지배적 플랫폼이 된 이후 상황은 초기와는 많이 다른 것같다"며 "입점업체, 플랫폼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EU 등 해외에서는 이용사업자 입점업체가 소비자에게 접근할 때 반드시 어떠한 플랫폼을 사용해야 하는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과 독점을 규율하는 법안을 제정했거나 제정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과 EU 모두 시장지배적 플랫폼에 대해서는 기업 결합의 신고 의무, 차별 취급 및 자사 우대 금지, 이해충돌금지, 데이터 이동 및 상호운용성 등 의무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시장지배적 플랫폼이 아니어도 다양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현행 법률로는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장 크기를 불문하고 특정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는 각 시장 이용자 및 이용사업자에게 동일하게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률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 나오면 중소형 로펌과 저년차 변호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플랫폼에) 종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통과시켜 이를 발판으로 소수의 거대 플랫폼 독점을 예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전문직역에 대한 정보는 개인에 대한 신뢰가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데 그동안 법조나 의료 브로커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해왔다"며 "사설 전문직 플랫폼도 이를 이용해 어느정도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광고료를 낸 변호사를 (업체가) 검색상단에 노출하더라도 업체는 (검색 결과가) 랜덤이므로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회피를 하고, 실제 운영을 감시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각 주무부처에 알고리즘 검증 사무를 두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혜연 법률방송 기자는 "법조인과 의료인은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직역"이라며 "공공플랫폼은 강점은 극대화하고 한계점은 극복해가면서, 이용자인 소비자의 관점을 적극 청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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