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리 변호사
강애리 변호사

“제가 직접 지은 이름이에요.” 얼마 전 국선사건으로 만난 피고인의 이름이 예뻐서 누가 지어주었냐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이름만 보고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인 줄 알았다가 통역인이 지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몽골 국적의 외국인임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만나보니 통역인은 필요 없었다. 우리말을 나보다 더 잘했다. 대학에서 복수전공으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발음과 억양도 좋지만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수준이 무척 뛰어났다. 거기에 자신감 있는 말투와 진중한 눈빛까지.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것 같은데, 아까운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러 우리나라에 왔다. 몽골의 한국인 교회에서 도움을 줘서 취업비자를 취득해 작년에 한국에 왔는데, 비자의 유효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고, 갱신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서 유효기간 만료 직전 출국을 준비하다가 의도치 않게 범죄에 연루된 상황이었다. 취업비자의 유효기간이 고작 1년이라니. 퇴직금도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데, 입국하자마자 직장을 구해서 바로 일을 시작해도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나야 되는 꼴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만난 외국 국적의 피고인이나 의뢰인들 중에 체류비자를 가진 사람은 한국인과 혼인한 여성들뿐이었다.

법무부에서 이민청 설립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고 국가소멸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그에 앞서서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경직된 우리의 비자 정책부터 고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맞벌이 부부가 고용주로서 베이비시터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취업비자나 농장의 일용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비자처럼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에 비자를 폭넓게 허용하고, 한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외국인 인재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만들어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민국가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한국에 꼭 필요한 인재들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애리 변호사

동부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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