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보이스 영국사무변호사회(LSEW) 회장 인터뷰

LSEW 사상 첫 유색인(흑인) 출신 수장... "유리천장 깼다"

"나의 역할과 활동이 미래의 법조인들에게 영감 주기를"

△스테파니 보이스 영국사무변호사회(LSEW) 회장이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을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보이스 회장은 지난해 3월 제177대 LSEW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역대 최초의 유색인(흑인) 회장이자, 여섯 번째 여성 회장이다.
△스테파니 보이스 영국사무변호사회(LSEW) 회장이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을 방문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보이스 회장은 지난해 3월 제177대 LSEW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역대 최초의 유색인(흑인) 회장이자, 여섯 번째 여성 회장이다.

"눈에 보이는 롤모델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제 역할과 활약상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미래의 법조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

20만명의 영국 사무변호사(solicitor)를 대표하는 스테파니 보이스(Stephanie Boyce·사진) 영국사무변호사회(Law Society of England and Wales, LSEW) 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보이스 변호사는 200년의 역사를 가진 LSEW 사상 최초의 유색 인종이자 흑인 회장으로, 사내변호사로서는 50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당선됐다. 여성으로서는 여섯 번째다. 또 같은 해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사회적 멘토다. 

지난해 발효된 한·영 FTA와 브렉시트 이후 자국 로펌의 국내 진출 상황을 살펴보고 양국 간 법무 협력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달 26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만났다. 

-'최초의 흑인 회장'이 영국 법조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LSEW(1825년 설립)에서 첫 유색인(흑인) 회장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영국 법조계가 다양성과 역동성을 품고 있으며, 아직 계층 이동의 가능성과 기회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저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고,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생활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문제에 자주 봉착해야 했지요. 변호사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주변 동료들이 가진 이른바 '연줄'이 없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영향 덕분에 저는 부정적인 관점이 아닌,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바라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저를 있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저는 "두드리고 밀다 보면 언젠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라고 굳게 믿습니다. 다만 무언가 일어나기 전까지 인내할 따름이지요.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가 있다면 출신·배경과 상관없이 현재 몸담고 있는 곳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법조계와 언론이 모범 사례로 저를 주목했으며,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6일 보이스 회장이 대한변협회관을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지난달 26일 보이스 회장이 대한변협회관을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임기 동안 추진하는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직전 회장이 빨리 사임을 해서 제 임기는 역대 회장들보다는 6개월이 더 많은 1년 6개월입니다. 역대 최장수 회장이라는 기록도 더할 수 있겠네요(웃음).

변호사단체 회장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존중되는 법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법률 전문직의 핵심적인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법조계는 다양한 사람이 가진 경험과 관점의 차이를 인정해, 출신이나 연고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있습니다.

법률가는 다양성과 포용성, 평등의 가치가 사회에서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채용과 선발, 승진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지원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은 남성과 여성이 가치 있는 역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자신의 능력과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임금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20만 명이 넘는 변호사 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사회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가치와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에 계속 매진할 겁니다.

△영국의 법률연도개시의식(Opening of the Legal Year) 장면. 사무변호사와 법정변호사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된다(출처=영국사무변호사회 제공).
△영국의 법률연도개시의식(Opening of the Legal Year) 장면. 사무변호사와 법정변호사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된다(출처=영국사무변호사회 제공).

- 첫 직장이 영국법정변호사회이다. 사무변호사와 법정변호사의 차이가 무엇인가.

저는 사무변호사이지만 흥미롭게도 법정변호사를 대표하는 법정변호사회(Bar Council)에서 첫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법정변호사회의 고소·고발을 담당하는 위원회에서 사내변호사(In-house)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영국 사무변호사의 약 25%가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2004년 당시에는 사내변호사 숫자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내변호사가)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고, 오늘의 이 자리에 오기까지에도 해당 역할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무변호사(solicitor)와 법정변호사(barrister)는 영국 법 체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무변호사는 사건의 첫 단계에서부터 의뢰인을 대리해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서류를 준비하거나 법정변호사를 코칭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법정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정에 나가 직접 변호를 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또 법정 밖에서도 전문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의뢰인에게 제공합니다.

대한변협 국제위원들과 함께 양국의 법률 시스템 비교 및 법률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보이스 회장  
대한변협 국제위원들과 함께 양국의 법률 시스템 비교 및 법률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보이스 회장  

- 지난 6월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이후 한국 법조계는 법조인을 겨냥한 신변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영국도 이러한 사례가 있는가.

한국에서 벌어진 법률사무소 방화사건을 언론에서 접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희생자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영국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업무와 관련해 의뢰인으로부터 위협과 협박을 당한 적이 있으며, 변호사회도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보고된 신변위협 사례 중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는 아직 없지만,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변호사에 대한 박해는 법치주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같은 행위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며 공동체의 안정을 무너뜨립니다. 저희는 변호사의 신변을 위협하는 행위를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회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가 법조계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법조계에 불러일으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테크놀로지(기술)의 활용이 확대됐다는 점입니다. 사법 절차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레 옮겨졌으며, 변호사들이 비대면 원격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법조계 종사자들은 사법 정의와 비즈니스의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기술 활용의 빈도와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에 따라 비즈니스 관행도 바뀌었습니다. 많은 기업과 조직이 온·오프라인을 혼합한 유연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이고 검증된 사법 시스템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영국의 변호사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의무는 무엇이며,  LSEW는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영국은 '법률서비스법(Legal Services Act)'에 따른 변호사규제국(SRA)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직제상 영국사무변호사회 소속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면 변호사들과 로펌의 공적 의무 및 윤리를 규제하고 감독합니다.

변호사규제국은 ▲헌법이 부여한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정확한 법 집행을 지지하며 ▲독립성을 견지하면서 평등, 다양성, 포용성을 장려하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공인된 자격사에 의해 제공되는 법률서비스와 법조계를 향한 대중의 신뢰와 확신을 담보한다는 등의 원칙을 중시합니다.

-이번 한국 방문의 의미는 무엇이며.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지난해 1월 한·영 FTA와 브렉시트가 발효된 이후에도 여전히 영국 로펌이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상호 국제 교류가 양국의 법률 발전에 이익이 되기를 바랍니다.

법률서비스는 국내외 무역 및 투자를 위한 촉진제 역할을 수행합니다. 한·영 FTA 발효 이후 한국 내 영국 로펌의 진출 및 협력 사항에 대해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 법조기관과 논의할 수 있기 돼 이번 방문이 더 유의미하게 다가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영국사무변호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크고 작은 행사를 함께 개최하며 깊은 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양국 변호사단체의 우호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양국 변호사들과 비즈니스 영역 간의 연결고리를 꾸준히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서영(Jamilla JUNG) 대한변협 공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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