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이동해 도착한 경기도 양주의 '보호종료아동을위한커뮤니티케어센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관계자가 수줍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 관계자는 '보호종료아동' 출신으로 현재 케어센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지해 씨였다. 맑은 눈매와 밝은 미소를 가진 지해 씨에게 어두운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기자에게 보호시설 생활과 시설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 무기력했던 병원에서의 경험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지해씨는 보호종료아동이 퇴소 후 마주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 '정서적인 외로움'을 꼽았다. 내심 '경제적 문제'를 떠올렸던 기자의 예단을 훌쩍 뛰어넘는 진단이었다.  

"시설에서는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더 많이 의지해요. 퇴소하고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니 '내 옆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외로움이 컸습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전화해서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이 전혀 없어요. 혼자 해결하려다보면 해결이 안되고, 결국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살펴보면 △자립지원금 확대 △주거지원 △공공후견인 제도 도입 등 경제적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원금 확대와 같은 물질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정서적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 대책안에서 빠져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이들을 보듬어 주는 곳은 '케어센터'와 같은 비영리 단체들이다. 특히 지해 씨와 같은 보호종료아동 출신 활동가들은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단단한 연대감과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세상 끝에 내몰린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지원하는 주체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개정 아동복지법과 같은 지원 방안들도 단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일 뿐이다. 사회적 음지에서 신음하고 있는 약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한 내실있는 대책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기를 기대한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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