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호 대한변협 등록 상속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창경
박신호 대한변협 등록 상속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창경

최근 대법원 판결 중에 상당히 특이한 판결이 하나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의 기본구조는 다음과 같다. 피상속인(망인)은 생전에 노인복지시설 입소계약을 체결하면서 입소보증금을 납부하였는데, 자신이 사망하는 경우 입소보증금의 수령인을 자신의 장남으로 기재하였고, 장남 또한 그 옆에 기명날인을 하였다.

망인이 사망하자 노인복지시설은 입소보증금을 장남에게 반환하였고, 다른 자녀들(원고들)은 장남(피고)을 상대로 자신들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서, 제1심과 제2심은 모두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는데,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하였는바, 그 논거를 요약하자면, ‘망인과 노인복지시설 사이의 계약은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 후에 노인복지시설이 이 사건 반환금을 반환하기로 정한 제3자를 위한 계약’이고,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사망과 동시에 소외 법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수익자의 지위에서 반환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고, 이는 이 사건 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피고의 고유재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선, 위 사건의 피상속인이 노인복지시설과 체결한 계약이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는 설시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장남의 입소보증금 반환금 청구권이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유재산이라는 부분인데, 대법원이 이 문구를 어떠한 의도로 사용하였는지는 다소 의문이나, ‘고유재산’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수증재산’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사실 위와 비슷한 형태로 보험계약이 있는데,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제3자가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기재된 보험계약에서 그 보험금을 ‘상속재산’이 아닌 ‘고유재산’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논리적으로 해당 수익자가 상속포기를 하고서도 그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보험이 아닌 위와 같은 사례에서 만약 장남이 상속포기를 하고도 입소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면 매우 불합리한 결론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에 있는 많은 사례에서 위와 같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이용하여 상속인에게 재산만을 물려주고 채무는 물려주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현상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보험에 있어서는 납부한 보험료와 수령하는 보험금은 등가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고유재산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지만(그래서 보험금을 유류분청구시 수령한 보험금이 아니라 납입한 보험료를 특별수익으로 보아야 함은 이전 글에서 살펴본 바 있다), 위 사례에서 시설보증금의 환급은 납입한 보증금과 완전한 등가관계에 있지 않은가? 위 계약을 정확히 보면, 사인증여계약과 제3자를 위한 계약이 혼합된 형태로서, ‘제3자를 위한 사인증여계약’ 또는 ‘사인증여를 목적으로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장남이 수령한 입소보증금 반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수증재산’으로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아닌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어야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박신호 대한변협 등록 상속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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