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폭력 방지 토론회 개최… 김미애 의원 주최, 변협·의협 주관

"당사자 목소리 듣지 않는 재판에 공정성 의심… 당사자 진술 기회 보장할 필요 있어"

법조인 테러 행위에 대한 제재 입법화,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주장도

△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9일 대구에서 벌어진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에 이어 15일 용인 종합병원 응급실 상해사건까지 법조·의료을 향한 보복성 폭력 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디스커버리제도' 도입 등 사법불신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사시 44회·부산 해운대구을)가 주최하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주관했다.

이날 김관기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법조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재판에 대한 불신이 변호사 개인을 겨냥하지 않도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재판 신뢰를 회복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협회장은 "변호사는 한쪽 당사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재판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테러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면서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사람이 길에서 돌을 맞는 상황처럼 (소송 상대방 등이) 대리인을 향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지켜주기 전에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영세한 법률사무소는 고비용의 경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변호사 보수 현실화, 법률보험 도입 등으로 변호사들이 (경계 시스템 설치를) 감당할 수 있는 수입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지금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 당사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드러낼 기회가 법정에서 주어지지 않자, 분노가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재판 절차와 내용에 대한 공정, 적정성에 대한 믿음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사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사건을 효율적으로만 처리하는데 급급해 국민이 불신하게 되는 소송제도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협회장은 테러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와 배심제 도입을 제시했다. 디스커버리는 재판 전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모두 현출하여 사실관계와 쟁점을 확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부여함으로써 사법 불신을 근본적으로 완화하자는 취지다. 

변협이 지난 6월 15일부터 27일까지 약 2주간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응답자의 48%(576명)는 업무 관련해서 신변 위협을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소송 상대방과 주변 인물의 위협이 49%, 의뢰인과 그 주변인들의 위협이 44%였다. 위협은 대부분 욕설이나 폭언(46%)이었으나 직접 물리력을 행사한 경우도 9%에 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신변 위협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무 특성상 변호사 사무소가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되어 있고, 개인정보를 취득하기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경찰이나 소방관이 즉시 출동할 수 없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토론에서는 법조·의료인 대상 테러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환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상 사법기관 중 하나인 변호사를 사법질서를 유지해나가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변호사에 대한 테러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특정범죄가중법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재칠(사시 41회) 대구변회 홍보이사도 "변호사 개인이 스스로 (테러행위 방지책 마련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떤 형태로든지 테러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법제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도 지속적으로 폭력행위에 노출돼 온 사례를 설명하면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폈다.

'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현 대한응급의학회 기획이사는 "과거 의료인에 대한 폭행사건들로 인해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응급실 출입 제한 등이 입법화 됐다"며 "과거에는 지역 사회에서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있는데 이제 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이 발생하면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의료기관 차원에서 고용자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서 추적 관찰을 하는 등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기존 입법적 해결 시도는 실패했고 의료인에 대한 보복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 "'진료 중 의료인에 대한 폭행·협박은 반드시 처벌되고 특별하게 처벌되는 중한 범죄'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필 대한병원장협의회 기획이사는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진료대기실에서도 폭력·폭언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반의사 불벌죄 조항도 없어져야겠지만 응급실 및 외래환자에 대한 안전관리료도 추가 신설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미애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김미애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 긴급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미애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저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칼로 배때기를 쑤셔버린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가스총도 들고 다녔는데 다행히 쓰지 않고 녹슬어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최근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너무 늦지 않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긴급토론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종엽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보면서 누구든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법조에 대한 범죄를 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도 "법조·의료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의료인들이 마음 편히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은 영상축사를 통해 "정치인이기에 앞서 법조인으로서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고 이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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