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리 기자
장두리 기자

“직장을 왜 마음 졸이며 출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부 여성으로 구성된 변호사 사무실이라 힘으로 위협하는 사람이 찾아올 경우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변호사 사무실 직원들의 말이다.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본보 취재진은 서울 서초동 일대의 변호사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갔다. 법률사무소의 안전 대비 현황 등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대략 서른 곳의 법률사무소를 방문해 취재를 했으나 대부분 안전 관련 이슈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워크인(walk-in) 의뢰인을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문을 닫아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쩌면 우리에게 보안과 안전 문제는 사치"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대구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이번 사건을 "법 질서를 위협하는 반 문명적 테러"로 규정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규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두 번 다시 이러한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궁구(窮究)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법조인을  향한 분노의 이면에는 소송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분쟁의 해결 권한을 사법부에 독점적으로 귀속해, 국민들을 사적 자치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법치국가의 이념이다.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재판과 소송절차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기대가 전제돼야 한다. 재판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면, 법치주의는 실현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법관 수가 과소한 데다, 판결서의 품질에도 편차가 크다. 여기에 판결문 공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깜깜이' 송사는 사법 불신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미심쩍은 마음은 이내 억울함으로 바뀌고, 궁극적으로는 법조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돌변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소송 전반에 걸쳐 절차적·내용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소송 전 양측 당사자가 서로 증거를 공개하며 쟁점을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사실심을 충실화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빌딩 1층에 선배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행히 화를 면했지만 이런 사건이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중견 변호사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법률사무소를 겨냥한 테러는 언제, 어디서 또 나타날지 모른다. 이제는 '반문명적 테러'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장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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