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리트 1만 4620명 원서 접수... 전년 대비 4.8%p 증가

대기업 공채 폐지, 이공계 우대에 갈 곳 잃은 '문과 출신' 쏠려

"변호사 되면 중산층으로 남을 것... 아직은 자격증 위력 믿어"

# 명문 사립대 행정학과 졸업을 앞둔 A씨(28)는 취업과 로스쿨 진학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내달 24일 치르는 2023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하기로 했다. 25만원 가량 하는 응시료가 부담이 됐지만, 줄어드는 대기업 공채 등 하반기 취업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A씨는 "이제 문과에서 공부를 좀 한다고 하면, 로스쿨 진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적어도 밥벌이는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한기정)는 8일 '2023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원서접수 현황'을 발표했다. 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올해 원서 접수 인원은 총 1만4620명으로, 지난해 1만3955명 대비 665명(4.77%)이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다.

로스쿨 원서 접수 인원은 △8,246명(2016년도) △8,838명(2017년도) △10,206명(2018년도) △10,502명(2019년도) △11,161명(2020년도) △12,244명(2021년도) △13,955명(2022년도) △14,620명(2023년도)로 지난 8년 간 매년 꾸준히 늘었다. 2016년도와 비교할 때 법학적성시험을 치르겠다면 원서를 낸 인원은 77.3%p나 증가했다.

이 중 69.5%에 달하는 10,165명은 '30세 미만'으로 집계돼 응시 예정자 대부분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막 졸업한 청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응시자 중 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88.7%(12,968명)가 상경·사회·인문·법학 등 문과 출신이다. 접수 인원 중 공학 전공자는 977명(6.68%), 농학 전공자는 51명(0.35%), 약학 전공자는 75명(0.51%), 의학 전공자는 108명(0.74%) 자연계 전공자는 449명(3.07%)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문과 졸업생들이 로스쿨 입시에 대거 몰리는 배경에는 갈수록 이공계 출신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취업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년제 대졸 인력을 상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던 대기업들이 지난 5년 새 신규 채용 방식을 공채 중심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이공계 전공자를 적극 우대하면서 갈 곳을 잃은 문과 출신들이 전문 자격증과 공무원 시험 등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중상위권 대학에서 사회과학·인문학을 전공한 이른바 '문과 엘리트'계층이 로스쿨 입시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위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공부 좀 한다'고 자부하는 문과생들은 이제 로스쿨 진학을 필수 선택지로 놓고 진로를 고민한다.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A씨는 "비중 있는 LEET 시험 과목이 수능 시절부터 익숙한 '언어이해' 인데다, '추리논증' 도 기업 인적성 시험이나 공무원 PSAT과목과 상당 부분 겹쳐 LEET 응시에 따른 부담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라며 "예전 만큼의 메리트는 없더라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중산층으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은 깊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원서 접수 인원이 늘면서 로스쿨 입학 경쟁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2022년도) 로스쿨 경쟁률은 평균 5.24대 1로 전년 4.88대 1에 비해 0.36p 상승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로스쿨은 원광대 로스쿨로 18.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로스쿨 입시 전문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대기업 공채 제도가 대부분 폐지되고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으로 전환되면서 문과 출신들의 취업 경로가 줄어든 것이 로스쿨 입시에 몰리는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법률 전문직의 경우 문과 출신에게 평생 유지될 수 있는 몇 안되는 자격증 중 하나이다 보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도 법학적성시험은 내달 24일(일) 서울, 수원,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춘천, 제주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시험 과목은 언어이해(30문항·70분), 추리논증(40문항·125분), 논술(2문항·110분)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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