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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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배달노동자가 근무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생을 달리한 아픔만큼 억울한 것이 있다. 보험료를 납부하였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납부하였어도 보상받지 못하는 제도가 유족에게 수긍될 수 있을 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근로를 제공하는 배달종사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금 수급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소득을 채워야 한다. 이와 같이 법은 소위 ‘전속성(exclusiveness)’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즉, 배달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에 따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당연 가입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달노동자,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자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되는 오늘날의 노동현장에서 ‘전속성’ 기준은 산재보험 보장영역의 사각지대만을 만들 뿐이었다.

2008년 당시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전속성’ 요건은 용어자체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속성’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all or nothing으로 판단가능 한 것인데, 실제 적용은 ‘주로(mainly)’의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엄밀히는 ‘전속성’보다는 ‘주된 노무제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했다. 전속성과 종속성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용어를 잘못 이해하여 실무상 산업재해 판단 시 오류를 범하는 것을 차치하면, 전속성 요건은 ① 하나의 사업장이라도 산재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점 ② 주된 사업장 및 노동자 통계 파악에 용이한 점 ③ 보험료 징수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점 ④ 산재보험제도의 점진적 안착을 위해 간단한 기준을 제공한 점의 장점 등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장점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보호하기보다는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려는 사업장에 활용되었고 ② 여러 곳에 얻은 소득을 합산해야 생계를 유지할 경우의 노동자를 외면하였다. 또한 ③ 경업금지조항이 없는 경우 여러가지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점을 반영하지 못했고 ④ 전에 없던 새로운 근로형태가 발생하고 있고 그에 따른 보험사고가 빈번히 발생함에도 사회보장제도로서 온전히 작동하지 못했다. 현존하는 제도의 모순이 우리 앞에 다가온 이상 ‘전속성’ 요건을 폐지할지, 폐지한 이후에는 문제가 없는지 혹은 개선 부분이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요건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21)에 근거하여 근로복지공단이 공고한 내용(2022년 1월 1일 시행)에 따르면, 퀵서비스기사의 경우 월 소득이 115만 원 이상, 근무 시간이 월 93시간 이상일 때 전속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 요건에 조금만 미달해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비롯하여 배달 기사의 경우 일명 ‘공유콜’을 통해 여러 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근무를 하다 보니 이런 요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료를 납부하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근로자는 부득이 재해보상에 관한 소송을 통해서 지난한 법정 싸움을 거쳐야만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많은 특수형태근로자 및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재해보험 보호를 위해 ‘전속성 요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산재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었다(윤준병, 임종성, 임이자 국회의원 안). 여야 간 이견이 없이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동안 ‘전속성’의 벽으로 인하여 주사업장이 아닌 보조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보호를 받지 못하였던 점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고,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이번 법안에 관해 살펴보면 먼저, 법안은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배달노동자와 같은 형태의 보호를 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를 별도의 장을 신설하여 노무제공자 범주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노무제공자의 경우 ① 노무제공성격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것 ② 직종 선정 기준에 관해서는 업무상 재해 보호 필요성을 비롯하여 노무제공형태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 외에 노무제공자 적용제외 신청제도 폐지,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자료제공 의무부여 등의 내용도 포함되었다.

종전 시행령에서 14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자를 정하고 있었는데, 향후 범주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할 것인지 문제가 될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자의 한 범주로 보호를 받고자 하는 업종과 예컨대, 골프장 캐디업종처럼 보험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업종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어도 시행령 상 직종 선정은 노사 간의 의견 대립, 특고(특수형태 근로종사자)단체 간의 의견 차이로 쉽게 합의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즉,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더라도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미적용 문제는 현재시점에서 완벽히 해소되지 않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이 가능한 직종을 예시가 아닌 열거하는 방식을 택한 법체계 하에서는 시행령에 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치열한 논의가 예정되어 있고, 정책적 결단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이번 개정안과 더불어 ① 산업재해보상보험 보장의 확대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② 보험료의 징수는 사업자 부담을 유지하는 안으로 합의되었으나 향후 복수 사업자의 균등부담내지 노무제공자 부담을 선택할지 여부 ③ 전속성 폐지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영세사업자의 경우 보험료 감면을 합의한 바, 구체적 방법을 어떻게 운영할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고 ④ 간병인과 같이 사인 간의 계약(타인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으로 이뤄진 노무제공도 보장이 가능한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재해는 아주 짧은 근무기간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입법의 방향은 온전한 고용종속관계를 형성하지 않더라도 보호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 전속성 요건이 폐지된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범위와 관련하여 남겨진 과제들은 노사정 모두의 지혜를 모아 면밀히 정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은 새로운 시대에서 발생할 위험에도 항상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박성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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