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에 의하면 보험가입자는 보험 청약시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자발적 고지의무’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수동적 응답의무’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등의 경우 보험사는 가입자의 가입 청약을 받으면서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등의 질문표를 통하여 가입자의 과거 치료 및 투약 내역 등을 질문하는데, 고지의무를 ‘수동적 응답의무’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위 질문표의 질문사항에 대해서만 답변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더 나아가 질문하지 않은 중요한 사항까지 자발적으로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본다.

실무상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질문표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면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되는 일은 거의 없다. 즉, 실무적으로 고지의무는 대체로 수동적 응답의무로 인식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표에서 묻지 않은 사항도 고지해야 하는지 여부가 종종 문제되는데, 대법원 판례는 질문표에 없더라도 그 내용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이라면 고지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대법원 99다37474 판결은 암 치료 종료 후 5년이 지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의사로부터 암 재발의 가능성을 고지받고 확진을 위한 재검사 요구를 받은 상태에서, 공제에 가입하면서 질문표 상 ‘5년 내 암을 앓거나 치료받은 적이 없다’고만 답변한 채 생명공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대해, “병력 내지 자각증세, 최종 검사 결과에 따른 의사의 암 재발 가능성 고지사실 등은 공제계약 청약서상의 질문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공제자의 생명위험 측정상 중요한 사실로서 공제계약의 특성상 공제계약자가 공제사업자에게 고지할 사항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아울러 대법원 2018다281241 판결은, 가입자가 보험가입 약 2주전부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도 못하였으며, 기침, 가래, 체중감소 증상이 나타났는데, 이러한 증상을 고지하지 않고 질병보험에 가입하고 그 직후(이틀 후) 고도의 폐결핵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정확한 병명을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질병에 걸려 신체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경과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위와 같은 증상은 생명의 위험 측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중략)..이러한 사정을 고지하여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질문표에는 없는 병세나 증상 또한 고지대상으로 본 것이다.

고지의무와 관련한 이 같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지의무가 수동적 응답의무로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데, 실제로 제20대 국회에서는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에 대해 ‘보험자가 고지를 요구한 내용에 대해서만 성실하게 고지할 의무’로 개정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었다. 비록 20대 국회에서 위 개정안이 결국 폐기되었으나 관련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다시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보험사로서는 이에 대비하여 질문표에 중요한 사항에 대한 질문이 누락되지 않도록 질문표를 꼼꼼히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윤선 대한변협 등록 보험 전문 변호사

법무법인 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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