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재학 시절 아버지 지방선거 돕다 지방 정치에 관심 가져

'고파도 사건' 맡으며 지방의회 역할 체감… 출마 결정적 계기 돼

제8회 지방선거 수원영통구 광역의원 출마… 700표 차이로 신승

"변호사의 지방의회 진출 보다 활성화 돼야… 좋은 선례 만들 것"

"기호 ○번 이○○ 입니다! 지방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로스쿨 재학생이었던 한 20대 청년이 지방선거 후보자로 출마한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쉴새 없이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인사를 하고, 선거 공약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지역 정치를 향한 작은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된 이 청년은 불과 4년 뒤인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에 출마해 당당히 당선증을 손에 쥐었다.

"아버지를 도와 선거운동을 하면서 변호사가 되면 지방의회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지방의원 중 법률가 출신이 적다보니 조례를 체계정합성 없이 만들었다가 상위법에 의해 무용지물 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변호사 출신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시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지난 1일 치른 제8회 지방선거에서 법조인 출신 후보 중 최연소(89년생)로 당선한 이호동(변시 6회) 의원은 "솔직히 이렇게 일찍 당선할 줄은 몰랐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은지 얼마 안 된 청년 변호사를 지방의회로 이끈 계기는 개업 초기 맡았던 '고파도(島) 사건' 때문이다.

2020년 8월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수원시 영통구에서 개업한 이 의원은 우연히 충남 서산시에 있는 섬 고파도의 토지수용 관련 사건을 맡게 됐다. 당시에는 고파도에 해양수산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해당 지자체의 주요 과제였다. 서산시는 충청남도에, 충청남도는 다시 국토교통부에 질의해 "고파도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강제수용이 가능한 대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충청남도와 서산시는 이같은 답변을 바탕으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토지보상법에 따라 강제수용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고, 국토부 고시에 기초해 실제 수용처분까지 했다. 이 의원은 섬 주민과 토지 소유자를 대리해 강제수용 처분 취소소송을 맡아 국토부 장관, 충남도지사, 서산시장 등을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토지보상법에 보면 '별표'에서 정한 공익사업들만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고파도는 별표에서 정한 공익사업이 아님에도 당시 각 부처에서 공익사업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강제수용을 했어요. 아무도 그 별표를 보고 공익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 않은 것이지요. 결국 토지 소유자들은 승소하긴 했지만 약 3년이라는 시간을 송사에 허비해야 했어요. 만일 법률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지방의회에서 리스크 검토를 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파도 사건을 비롯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지방정치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 의원은 마침내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선거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수원시 영통구가 연고지가 아니었던데다 이곳에 사무소를 개업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아 지역 기반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으로서 사람을 모아 선거캠프를 꾸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선거 과정은 정말로 힘들었어요. 사실 지역에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50~60대 어르신들이에요. 그런데 그전까지 이 분들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라포(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또 첫 선거라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을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선거 총괄 업무를 대부분 제가 직접 수행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선거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다른 후보자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구하기도 했고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힘든 과정이었네요(웃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 의원은 주민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지역 현안과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임기 동안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귀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아가 법률전문가로서 실질적으로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례를 제·개정하는 등 법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 "젊은 사람 얼굴 좀 보자"는 지역 주민의 말에 이호동 의원이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 "젊은 사람 얼굴 좀 보자"는 지역 주민의 말에 이호동 의원이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앞으로 '도민과 함께하는 2주 4주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매월 정기적으로 민원을 청취하려고 합니다.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공약입니다. 지역마다 주민자치위원회라는 게 있는데 그곳에서 주민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으려고 해요. 선거를 준비하면서 꼭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조례들도 있습니다. 우선 영통구에는 자원회수시설이라는 소각장이 있어요. 이 소각장은 이미 가동연한이 끝나서 멈춰야 하는데, 수원시에서 '대보수처분'을 했어요. 영통구 주민들 약 2000명 정도가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법률전문가로서 의회에 들어가면 이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에요. 이밖에도 아침 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아주대 학생들을 위해 지방의회 지원금을 조달해 현지 식당들과 협업하여 아침 밥을 싼 값에 제공하는 조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지역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개선 필요성이 있는 조례나 정책들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이 의원의 모습을 통해, 그가 선거 과정 중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며 공약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직 지역 정가에서는 '루키'이지만 벌써 '경력직' 같은 노련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 의원은 청년, 그리고 정치 신인으로서의 풋풋함과 걱정도 내비쳤다. 그는 당선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무서웠다"고 답변했다. 

"상대 후보자 분께서 워낙 정치 경험이 풍부하기도 했고, 수원이 보수당에겐 험지라고 들었던터라 사실 당선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불과 약 700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자 처음 딱 든 생각은 '정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를 믿고 찍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운 마음이었어요. 경쟁 후보를 선택해주신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께서는 앞으로 저의 의정 활동들을 기대 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가지고 보시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이 때문에 앞으로 몸 가짐, 마음 가짐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매일 같이 다짐합니다."

이제는 어엿한 광역시의원이 된 그에게 포부를 묻자 "법률가 답게 일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상위법과의 체계정합성에 맞는 조례를 제정하고 법령을 오적용 한 부분이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광역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이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지역 주민들과도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더 많은 청년 변호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여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선거를 하면서 지역 주민들께 인사를 드리다 보면 제가 생각보다 젊다는 것에 많이들 놀라시면서도 '그래 이제 젊은 사람들이 지방 정치를 해야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청년들에게 아직까지 정계진출의 벽이 높다고 생각해요.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PPAT를 도입하긴 했는데, 실제로 점수 반영은 크게 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PPAT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선거 과정에서 어느 정도 어드벤티지(advantage)를 준다면 더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각 지역 의회에서 자신들의 정치 역량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변호사는 아무래도 송무를 하면서 서류랑 기본적으로 친하고, 서류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찾아내는 것에 많이 단련이 되어 있어요. 지금보다 앞으로는 더 많은 변호사들이 입법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훗날 더 많은 변호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할 때 지역민들께서 변호사 출신이라는 것에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을 수 있도록 변호사 출신 의원으로서 '잘한다'는 얘기를 듣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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