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실은 법률안 입안의뢰가 들어오면 그 입법목적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한 후 법률안 초안을 작성한다. 필자가 법률안 초안을 작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부칙이다. 변호사로서 법률을 해석·적용할 때 부칙은 단순한 참고사항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법제관은 법제 시 구법과 신법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부칙 내용 규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칙(附則)이란 본칙에 부수하여 법률의 시행일과 유효기간, 적용례와 경과조치 및 관련된 다른 법률의 개정·폐지 등 법률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부분이다. 부칙 중 적용례와 경과조치의 비교가 특히 중요하다.

신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안에 대하여 신법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거부터 신법 시행 당시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사안 중 어느 대상이나 어떤 경우부터 신법을 적용할 것인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 대상이나 경우를 명확히 하는 ‘적용례’를 두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경과조치’는 구법의 효력 일부를 신법의 시행일 이후까지 미치도록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과거에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사실관계에 신법이 작용하도록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에 대한 법제 시 소급효를 요하는 공익과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보호가치 있는 당사자의 신뢰를 비교형량하여 기득권자의 신뢰보호를 위한 경과조치를 규정할 필요가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설사 법률개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법률개정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더라도 사익을 최소 침해하는 방식으로 경과조치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과조치는 법률에서 규정하는 내용이 다양한 만큼 규정 방식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적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법, 구법을 일정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신법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요컨대 적용례가 새로 시행되는 개정법률의 적용 범위를 뚜렷하게 밝히기 위한 규정이라면, 경과조치는 구법의 효력을 유지함으로써 구법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다만, 범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하거나 형벌을 가중하는 내용의 입법은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시행일 전에 종료된 행위에 대하여는 신설하거나 강화한 형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를 둘 필요가 없다. 아울러, 과거에 범죄였던 사실을 신법으로써 비범죄화하거나 형을 감경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1조 제2항에 근거하여 신법을 적용하기 위한 별도의 적용례를 둘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법률을 제·개정 또는 폐지할 때는 국민의 법 적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신뢰보호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부칙에 규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 신중히 검토함으로써 법제의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진희 변호사

국회사무처 법제실

사법법제과 법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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