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단체의 대표자는 구성원들에 의하여 선출되어야 한다. 그 선출방법은 크게 구성원들이 직접 투표에 참가하는 직접선거제(직선제)와 구성원들이 지역별 또는 분야별로 대의원을 산출하여 대의원들로 하여금 투표에 참가하도록 하는 간접선거제(간선제)로 구분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1년 12월 회칙 개정 이전까지 수십 년간 추대한 예도 더러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각 지방변호사회별로 회원 수에 비례하여 안분된 대의원을 통해서 협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를 취하여왔다. 그러다 2011년 회칙 개정을 통하여 전국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직선제로 변경되었다. 협회장 선거는 후보가 한 명 뿐이더라도 그대로 당선자가 되지 못하고, 전체 회원 3분의 1이상이 투표에 참가하여야 이루어진다. 후보가 여러 명인 때에는 1위 득표자의 유효 득표수가 전체 회원의 3분의 1이상이어야 당선자가 된다. 그런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며칠 뒤 1위와 2위 득표자를 결선투표에 붙여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한다(변협 회칙 제24조). 세부적 절차는 협회장 및 대의원선거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변경된 선거제에 의해 2013년부터 2년 임기인 협회장 선거가 시작되어 2021년까지 사이에 5회에 걸쳐 직선제로 제47대부터 제51대 협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2013년 제47대 협회장 선거에는 네 명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까지 치렀다. 경기중앙변회 소속 위철환 후보가 서울변회 소속 김현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기왕에도 대구, 대전변회 소속 회원이 입후보한 적이 있으나 낙선하였는데, 대한변협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이외 지방변회 소속으로 위 후보가 당선의 쾌거를 기록하였다. 제48대 선거에는 서울회 소속의 하창우 후보가, 제49대 선거에는 제48대에서 분패하였던 김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각 소정의 득표를 하여 당선되었다. 제50대 선거에는 서울변회 소속 이찬희 후보가 단독 출마하였고 소정의 득표를 하여 당선되었다. 제51대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결선투표까지 치렀다. 인천회 소속 이종엽 후보가 서울 이외 지방변회 소속으로는 두 번째로 당선되어 현재 집무 중이다. 제52대 선거는 2023년 초에 실시된다. 9개월 정도 시일이 남았다.

결선투표제는 당선자 정당성과 대표성 부족을 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회원·선관위 수고와 비용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그런 단점을 극복한 방법이 바로 1차-결선 동시투표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변협이 다음 협회장 선거부터는 그 방법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종다수제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역구 지방의원 선거 모두에서 득표율을 묻지 않고 단 1표라도 더 득표한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3월 9일 대선에서 과반수 미달임은 물론 불과 0.73% 더 득표하여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결정된 것이 그 예이다. 종다수제는 대체로 낮은 득표율로 당선자가 결정되어 정당성과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변협이 일찍이 결선투표제를 취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결선투표제는 당선자의 정당성과 대표성 부족을 매울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반면 회원들과 선관위가 한 차례 더 수고를 하여야 하고 또한 시일이 걸리고 비용이 늘어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변협의 협회장 선거에서도 다섯 차례 중 두 차례나 결선투표가 실시되어 그런 단점이 드러났다. 그런 단점을 극복한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1차-결선 동시투표제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다. 변협이 다음 협회장 선거부터는 그 방법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투표제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 (나) 두 가지를 소개한다.

(가) 예컨대 어느 단체의 회장 선거에 갑(甲), 을(乙), 병(丙), 정(丁), 4명이 입후보하고, 재적회원 900명 중 510명이 투표에 참가하였다고 가정한다. 투표는 아래와 같이 1차 투표란과 결선 투표란이 함께 인쇄된 투표용지에 의하여 실시한다. 회원은 기표소에 들어가 먼저 1차 투표란에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표한다. 그리고 그 후보가 상위 2명에 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결선 투표란에 1차 투표란에 기표한 후보 이외에 결선에 오르리라고 예상하는 후보에게 기표한다.

1차 투표란 집계 결과, 과반수 득표자는 없고 갑과 정이 상위 2인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에서 갑과 정 이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투표지(종다수제에서는 사표로 처리됨)만 다시 모아 결선 투표란을 본다. 1차 투표와 결산 투표 결과를 합산하면 정이 255표를 득표하여 당선자로 확정된다. 1차 투표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결선 투표를 실시하지만, 관심이 조금만 있는 회원이라면 결선 진출자를 쉽게 예측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위 예에서 510명 중 13표가 무효표로 처리되었는데, 이들은 당일이 아니라 며칠 뒤 결선투표를 실시하면 기권할 가능성이 높은 회원일 듯싶다.

(나) 투표용지를 위와 같이 준비한다. 기표소에 1과 2, 두 개의 기표용구를 비치하여 회원들에게 그가 선호하는 순서로 두 후보의 란에 1, 2라고 기표하도록 한다. 이 사례에서도 갑, 을, 병, 정 4명이 입후보하고, 재적회원 900명 중 510명이 투표에 참가하였다고 가정한다. 투표가 종료된 뒤 1번으로 지지를 받은 후보자의 득표수를 먼저 센다. 아래와 같이 갑이 190표를, 정 180표를 득표하여 그 두 후보가 1, 2위를 차지하였다. 다음 갑과 정이외의 후보에게 1번을 기표한 투표지를 모아 갑과 정에게 2번을 기표한 투표지를 센다. 갑이 160표. 정이 200표를 득표하여 합계한 결과 정이 380표를 득표하여 당선자로 결정된다. 이 방법을 회원들이 선호하는 순서를 기재하므로 선호투표제(preferential votiong system), 투표지 1매를 결선투표지로도 전용하므로 1매전용투표제(single transferable voting system)라고도 칭한다.

동시투표제도를 조금 어렵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교 반장 선거부터 훈련시키고, 각종 단체도 이 제도를 채택하기 시작하면, 모든 국민이 금방 이 투표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다. 변협이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면 많은 사회단체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김교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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