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면서 지독히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피해자 대리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피해 진술을 하고, 피해자와 함께 사건 진행을 기다리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고 하염없이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 피해자에게 면목이 없다.

피해자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 억울함을 풀고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사건이 더딜수록 더 열심히 사건에 매달린다. 기다리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관련 증거들을 모아 추가로 제출하고, 피해자 측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보지만 “밀린 사건들이 많다” “인력이 부족하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언제 처리될지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너무 힘들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느냐, 나쁜 사람들은 발 뻗고 편히 자고, 피해자인 나는 매일매일이 너무 힘들다” “변호사님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니 기다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다, 내 사정을 알긴 하냐”는 피해자의 분노와 정당한 항의에 당하는 나로서는 억울함도 서운함도 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다시 수사기관을 재촉해본다.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묻고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본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아직 수사 중이니, 기다리세요’ 라는 매번 같은 대답. 내가 피해자가 된 양 한없이 기다린다. 답답함을 넘어 또 전화했냐, 귀찮아하는 말투에 분노가 일고, 생애 처음 국민신문고에 글을 남겼다.

조속한 수사 진행을 요청했지만 ‘그러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받은 후로도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수사의 진척은 없다. 빠르게 수사하겠다고 하지만 그때뿐이다.

수사기관의 바쁨이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돕지 않으면 해결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정. 오늘도 다시 한 번 수사기관에 연락을 해보려고 한다. 언제쯤 사건은 해결이 될까.

/함인경 변호사

법률사무소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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