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11일 국회 산자위에 변리사법 개정안 '신중 검토' 의견서 제출

"변호사 소송대리원칙과 충돌… 전문성·윤리성·체계정합성 모두 담보 안 돼"

변리사에 민사소송인 특허권 등 침해소송에서 공동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2일 제4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이학영)를 통과한 가운데, 법원행정처(처장 김상환)가 전날 산자위에 제출한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11일 변리사법 개정안의 조목조목 지적하며 '신중 검토' 의견을 밝혀, 사실상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날 국회 산자위에서 통과된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리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한 경우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권 등 침해소송(민사소송)에 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행정소송인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된다고 판단했지만, 개정안은 변리사가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를 통해 "대법원 판례와 헌재 결정례에 따르면 변리사법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업무범위에는 민사소송이 특허 등 침해소송의 소송대리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개정안에 따르면 변리사의 업무범위 외의 업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법 체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사소송법 제87조는 민사소송에서의 '변호사 소송대리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가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원칙과 충돌한다"며 "설령 변리사법을 민소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보더라도 민소법상 원칙적으로 변호사에 한해 민사소송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취지를 고려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소송대리원칙의 근본 취지는 △민사소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공인된 법률사무 전문가에 한해 소송수행을 인정하고 △사법절차의 진행이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요구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국민의 권익 보호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며 "변리사가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에 적합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특허 등 침해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침해금지, 가처분, 부당이득반환 등으로 진행돼 민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고 특허권 등의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손해배상의 범위 및 방법, 과실상계, 입증책임 등 복잡한 민사법적 쟁점에 대한 소송수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변리사가 변호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민사소송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의 소송대리를 진행할 경우 그 피해가 재판당사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는 변호사가 특허법 등 관련 소송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변리사 업계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소송대리인에게 요구되는 공정성과 윤리성이 변리사에게는 부여되지 않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는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현재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변호사가 양성된다고 전제한다면, 변호사가 특허법 등 관련 분야와 관련해 그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절차의 진행은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도의 법률지식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인데,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면서 "반면 변리사법은 기본적으로 변리사 제도를 확립해 발명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재산권 제도 및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변호사법상 규정된 변호사의 의무로서 기본적 인권 옹호나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법원행정처는 개정안의 '공동으로 대리'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변리사의 기본대리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는 현행법상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 △민사소송법 제93조의 개별대리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 △설령 변리사법을 민소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본다하더라도 '공동 대리'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중 검토 의견을 전했다.

행정처는 "만약 변호사가 구체적인 소송 수행에 관여하지 않고 사건의 수임에만 관여하더라도 이를 공동소송대리로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이는 재판당사자의 권익 보장 또는 선택권 보장이라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형식적으로만 변호사와 공동대리의 외관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수단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공동으로 할 것으로 명확히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변리사와 공동대리를 하는 변호사는 개별적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또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 소송대리인이 된 소송위임장이 제출된 후 기일에 변리사만이 출석한 경우 법원이 공동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의 불출석을 이유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불허해야 하는 것인지 등 실무적으로 '공동 대리' 규정은 소송 진행에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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