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개정안 산자위소위 통과…차상진 특허변호사회장 항의서한

특허침해소송도 민사소송… 전반적 법률 지식과 법해석 능력 필수적

"변리사법 개정안은 '공동대리' 절차를 거쳐 결국은 변리사들의 '단독대리권'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에 불과합니다. 처음부터 변리사 단독대리권을 주장할 경우 제도적 정당성이 떨어지고 국민적 반발을 살 수 있어 교두보적 절차로 공동대리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내용이 타당성과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면 그 중간 과정으로 입법된 것 역시 부적절한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차상진 변호사는 최근 변리사법 일부개정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변리사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의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변호사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한해 그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또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재판에 출석해 변론도 할 수 있다. 차 회장은 이 개정안이 결국 의뢰인에게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가 정말 필요한 상황은 계속 변동하는 사건의 진행 흐름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때입니다. 가령 의료기구를 이용한 치료의 경우, 비전문가가 의료기기만 조작해서 치료하면 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갖춘 의사들이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는 비전문가가 할 경우에는 돌발 상황 등 치명적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소송도 마찬가지에요. 법률 비전문가에게 사건을 의뢰해서 패소를 할 경우 그 책임은 본인의 몫이라고만 볼 수는 없어요. 결국 사법질서나 사법행정은 국민 모두를 위한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결국 의뢰인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차 회장은 특허권 등 침해소송이 민사소송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적 지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리와 판례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1일 이학영 국회 산자위 위원장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보내, 이번 개정안은 민사사법 절차에서의 소송대리제도의 대계(大界)와 어긋나고 국내 사법 체계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크게 훼손할 수 있음을 전했다.

"'특허·상표침해소송’은 권리 다툼의 대상이 ‘특허권’이라는 점만 다를 뿐 법률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종합적인 법해석 능력이 요구되는 전형적인 민사소송입니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만이 정확하고 엄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인 것이지요. 또 침해소송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불법행위 판단을 둘러싼 민·형사법적 지식과 통찰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런데 법률사무 처리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졸속으로 허용할 경우 비(非)전문가에 의한 저품질 사법서비스가 남발될 것입니다."

한편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대부분의 특허침해 사건에서 변리사를 공동으로 선임하고 있는데, 실제 기술 전문가인 변리사가 법정에서 직접 변론을 할 수 없어, 비용 대비 변론서비스 질이 굉장히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 특허소송에서 변호사가 기술적 답변을 즉석에서 할 수 없어 방청석에 앉아 있는 변리사가 쪽지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차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설령 몇몇 사건에서 그런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와 동일한 논리라면 의료사건은 의사가 방청석에 앉아서 쪽지로 알려주지 않으면 변호사가 변론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인데, 현장에서는 많은 유수한 의료소송전문 변호사들이 법리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변론을 펼치고 있어요. 이공계 등 해당 학과를 졸업했거나 기술적 지식을 평가하는 전문직 시험과목이 있어 그러한 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프레임을 만들기에는 대단히 좋지만 실제 현장과는 맞지 않아요. 가령 재무제표를 회계사들이 작성한다고 해서 그들이 투자를 잘 하는 것은 아니고, 영양사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해서 모두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지요."

차 회장은 기술 전문가의 소송개입이 필요하다는 변리사법 개정안 찬성 측의 논리에 대해서도 허점도 지적했다.

"'기술 전문가의 소송개입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에도 법관 외에 변리사가 공동으로 들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헌법에서는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분명한 위헌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논리로 그 같은 위헌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차 회장은 변리사법 개정안 외에도 변호사들의 고유 업무영역을 침해하려는 변리사 직역에 대응하는 한편,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특허변호사회 회장으로서 적극 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현재 특허청에서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회칙 등을 통해 변리사들이 분쟁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변리사들이 대리인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런데 실제 이 분야는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변리사는 다룰 수 없는 분야입니다. 변호사만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업무인데, 이런 식으로 회칙을 통해 우회적으로 변리사들이 분쟁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봅니다. 이런 식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한편, 변호사들이 현장 연수를 통해 충실한 교육과 실습,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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