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일 '통일문제 연구 심포지엄'' 개최

"남북상사중재위 중심으로 남북분쟁해결기구 설치해야"

"민·형사 소송 기틀 자체가 우리나라와 달라... 연구 필요"

△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통일문제연구 심포지엄'에서 임형섭 변호사가 첫 째 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통일문제연구 심포지엄'에서 임형섭 변호사가 첫 째 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5년 단위의 단기 계획이 아닌 20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남북한 사이의 분쟁해결기구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통일문제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임형섭(사시 45회) 법무법인(유한) 광장 변호사가 '남북 분쟁해결기구 설치 방안 필요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권은민(사시 27회)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북한 문헌을 통해 살펴 본 북한의 소송제도'를, 선병주(사시 28회) 법무법인 명석 변호사가 '통일국가 형태에 따른 법제도적 과제'를, 장기석(사시 36회) 법무법인(유한) 지평 변호사가 '중국-대만 투자보장협정 체결 및 이행에 관한 동향과 시사점'에 대해 각각 주제 발표를 했다. 

이날 탈북자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갑)이 서면 축사를 했다. 태 의원은 "분단을 직접 겪은 분단 1세대가 역사의 무대 뒤로 점점 퇴장하고 평생을 분단 상태로 살아온 대부분의 국민들만이 통일이 초래할 경제·사회적 부담을 감수하기 보다는 별개의 독립국으로 살아가자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통일은 국민의 관심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예상치 못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심포지엄에서 내놓은 귀중한 연구 결과들은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고 향후 통일법제 마련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국회에서도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을 입법과 정책에 반영해 보다 합리적인 대북·통일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분쟁해결기구 설치 방안 필요성에 관한 연구'에 대해 발표한 임형섭 변호사는 "판문점 선언을 지나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근 4년 동안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듯 급격하게 이뤄졌다"며 "남북관계는 더 이상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기댄 정치적 선언이 아닌 남북관계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 경제협력(이하 '남북 경협')이 다시 재개될 경우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남북상사중재위원회(이하 '상사중재위')를 중심으로 남북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2016년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남북 경협이 다시 재개되더라도 언제든지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남북간에 합의한 특구들이 폐쇄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과거와 같이 감성적인 민족 감정이나 정부의 지침으로 기업들에게 투자를 유도하고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남북경협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상사중재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사중재위의 조속한 설치 및 운영 △중재규정의 국제화 및 제도화 △중재위원회에서의 교착상태 해결 방안 △실효성 있는 집행의 문제 △중재판정사례의 공개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어 "남북 상사분쟁뿐만 아니라 남북이 교류를 하면 교통사고 등 민사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상사위원회에서는 민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민사, 조정, 중재분야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개성과 같이 특정지구와 특정범위로 한정해 민사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있다"면서도 "남한이 관할하는 법률을 개정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개정입법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북한을 설득하더라도 공정한 집행을 담보할 수준에까지 이르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남북 당국 또는 정상 간의 합의는 정치적 선언일뿐 남북관계의 제도화에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왔다"며 "남북관계의 제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여·야간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남북 교류에 다시 관심을 가지고 과거와는 다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필요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제도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통일문제연구 심포지엄'에서 권은민 변호사가 두 째 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된 '통일문제연구 심포지엄'에서 권은민 변호사가 두 째 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어 권은민 변호사가 북한의 소송절차 특징을 민사소송, 형사소송, 변호사제도로 나눠 설명했다. 

발표에 앞서 그는 "북한의 소송제도는 그 자체로써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면서 "남북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하나, 막상 구체적인 법률용어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용어에 관한 한계를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북한의 전체 변호사 인원은 약 500명으로 추산되며 법학부가 설치된 곳은 김일성 종합대학 등 소수에 불과하다"며 "북한에는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제도가 없는 대신 법학과와 법학연구소에서 법률가 양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 보수는 '조선변호사회 중앙위원회'가 변호사 보수기준을 정하고, 변호사 개개인은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며, 월급 형식의 보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북한이 자국의 '주체사상'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민사소송제도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민사사건을 근로인민대중의 근본 리익에 맞게 심리 해결함으로써 낡은 사상잔재의 발현을 철저히 막고 사람들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혁명과 건설에 적극 조직 동원하는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민사소송 또한 당 정책과 법령에 근거한, 상당히 정치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다"며 "자본주의 제도의 변호사들과 자신들이 다르고, 그들보다 낫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학자들은 1심이 인민 의사에 의해 뽑힌 판사에 의해 진행되며, 인민 참심원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재판하는 가장 인민적인 재판이므로 인민대중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한 가장 높은 법적 권위를 가진 재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상소심, 즉 2심재판에서는 1심 판결의 근거성을 심사할 뿐 사실 심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2심에서 사실심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1심재판의 법적 권위를 보장하고 2심 재판 그 자체가 사실심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도 마찬가지로 2심제를 원칙으로 하며 사실심리는 1심에서만 가능하다. 

그는 "북한의 형사소송은 형사책임과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가려내는 데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와의 투쟁에서 적을 엄격히 가려내 극소수의 주동분자를 진압하고, 군중의 힘과 지혜에 적극 의거하는 등' 이질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고 그 역할도 다르다"며 "대륙법계 나라들과 같이 '피심자를 확정해 범죄사건의 전모를 정확하게 밝히는' 예심 제도를 두고 있는 등 우리나라와 달리 형사소송의 목적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체 사회를 맡은 한명섭(사시 32회)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는 "기존에 북한의 법제를 소개하는 연구는 있었으나 북한 법학자가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법제도를 분석하는 작업은 절대량이 부족해 쉽지 않았다"면서 "최근 북한의 사법기관에서 근무한 법조인들이 남한에 정착해 있으므로 추후 북한 법조인들의 생생한 실무경험을 기초로 한 연구를 통해 북한의 법제 연구가 더욱 발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종엽 협회장은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평화의 시대를 천명한 선언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경색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남북교류 단절과 외교적 난항 속에서도 통일시대를 위한 준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면서 "진정한 통일은 법적 통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통일법제 연구, 통일정책 마련 등 통일 준비 과정에서부터 법률전문가인 법조인들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통일문제연구위원분들이 통일법제 마련과 법적 통합의 기틀을 잡는데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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