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필자 옆에는 두 건의 인사청문요청안이 놓여있다. 바로 내일, 중앙은행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얼마 뒤 또 한 건의 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한 동료는 “이제 후보자 자녀가 따님이면 아쉬워요”라고 농을 건넨다. 청문회 단골 이슈 중 하나가 병역 문제이기 때문이다.

“혹시 첫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는 없습니까?”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로 기록된 2000년 6월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서슬 퍼런 칼날이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근래의 청문회와는 사뭇 다르다.

청문회 과정은 대상이 국무총리와 같이 국회의 동의를 요하거나 국회가 선출하도록 되어있는 23개의 공직 후보자인지, 장관과 같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대통령의 임명에 기속력을 갖지 못하는 후보자인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단 전자의 경우 별도의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청문회를 주관하고(국회법 제46조의2), 후자는 소관 상임위가 담당하게 된다(국회법 제65조의2).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후 올해 3월까지 총 412건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한다. 청문회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장관 등 행정부 주요 기관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미채택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의 기조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는 더 심화될 것 같다.

사견으로, 송무 경험과 가장 유사한 의원실 업무는 청문회라 느껴진다. 개인정보가 가득 담긴 서류를 분석하고 허점을 찾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청문회가 후보자의 전문성이나 직무 적격성 보다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청문제도의 고향인 미국은 공직 후보 지명에 앞서 FBI, 국세청(IRS) 등이 총동원돼 개인과 가족의 배경이나 범죄·소송 경력 등을 검증한다. 2달에 가까운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들에 대한 미국의 청문회는 다소 우리에 비하면 정책 중심이다.

일각에서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늘고, 그 과정에서 과도한 사생활 캐기가 벌어진다는 취지로 ‘청문회 무용론’ 또는 ‘해악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인사청문제도의 긍정적 기능은 분명히 있다. 청문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정치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는 측면은 분명히 존재하고,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지망생들에겐 도덕성과 청렴의 반면교사가 되어주기도 한다.

필자가 국회에서 처음 경험한 청문회의 주인공은 이제 곧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된다. 첫사랑을 묻던 따스한 질의는 이제 없어졌지만, 열심히 준비한 질의들 속엔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들의 진심이 담겨 있음은 확실하다. 내일의 청문회 주인공에게도 향후 어떤 이변이 있을지 상상해본다.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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