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연 변호사, 최근 '검수완박' 논란에 깊은 우려 표명

"국민 위한 수사 이뤄지려면 법률적 소양 반드시 필요"

"검찰 수사권 박탈 시 선량한 국민들 피해구제 어려워"

서울에서 KTX와 택시를 타고 4시간 동안 달려서 도착한 경남 진주시 진양호.

창원지법 진주지원과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최근 새롭게 둥지를 튼 이곳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박종연(사시 24회)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자 박 변호사는 따뜻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인사를 나눌 때의 그의 동작과 말투 모두에서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느껴졌다.  

"판사로 근무하다 퇴직을 하자마자 곧바로 고향인 이곳 경남으로 내려왔어요. 당시만 해도 굳이 서울을 놔두고 왜 굳이 시골에 내려가느냐고 주변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내려와 지내보니 더없이 마음이 좋습니다."

판사 시절부터 테니스를 즐기던 박 변호사는 진주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전에는 주로 법조인들과 테니스를 쳤는데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고, 낚시를 하고, 또 막걸리를 마시며 지낸다는 그의 말에서 지역 사회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이 곳 주민들은 저의 의뢰인이자 이웃사촌, 또 친구이기도 해요. 말 그대로 시골 변호사인 셈이지요(웃음)."

하지만 소박한 시골 변호사인 박 변호사는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반대한다는 글을 작성해 대검찰청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보냈다. 대법관 천거도 마다하고 초야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기던 그가 갑작스레 사회적 목소리를 낸 연유를 묻자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범죄 규명이 어렵고 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피해구조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주체는 국민들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어떤 영향이나 피해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았어요. 정치인이나 이해 관계자들이 그럴듯하게 말을 포장해서 하니까, 검수완박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검사들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합리적 의견을 낼 수 있는 변호사로서, 직접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는 분명한 능력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가진 검찰이 수사기법과 노하우 측면에서 훨씬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경제·기업범죄의 경우 폭넓은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핵심을 포착해 수사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형 부패·비리 등 많은 경제범죄가 소리소문 없이 묻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전에 한 선주(船主)사가 수협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부도가 나자 수협이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한 사건이 있었어요. 결국 회사가 경매에 넘어갔는데, 우리나라 배당법 체계를 보면 근로자에 대한 3개월치 임금과 퇴직금이 우선 배당 됩니다. 이 점을 알고 선주사가 가짜 선원 서류를 만들어서 선원들 임금 및 퇴직금으로 명목으로 배당금을 모조리 가져갔고 수협은 조사 결과 이를 배당사기로 보고 고소를 했어요. 저는 수협 고소대리를 맡았지요. 가짜 선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40여명이었는데, 경찰에 고소했더니 초임 경찰 1명을 배치해놓고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조사할 만큼 하고 증거부족이라면 납득을 할 수 있겠지만, 조사 자체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 어떤 피해자가 무혐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검찰과 경찰의 수사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의사가 수술을 남용한다고 해서 환자에게 유일한 수술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과 같습니다. 검찰 수사권 박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선량하고 힘없는 전체 국민이 될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현재의 검찰 수사권이 경찰로 모두 이양될 경우, 현재 경찰 인력으로는 그 많은 사건을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이 지연되고 부실수사가 이뤄지는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업무가 폭증하면서 경찰이 극심한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고소사건 중 일부만 골라받는 이른바 체리피킹(cherry picking)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고소장 무단 반려와 합의 강요, 증거수집 책임 전가 등 수사 회피 사례가 만연합니다. 반면 고도의 전문수사 역량을 가진 8000여명의 검찰 공무원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고요. 또 검찰은 지방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사의 독립성이 확보됩니다. 반면 경찰은 상당수가 고향이나 연고지에서 근무하고 있어 외부의 영향을 받을 소지가 더 큽니다. 서울, 경기권 보다 지방일수록 이러한 문제가 더 큽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검수완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검찰 조직도 분명 과오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검찰의 남용행위 실체와 원인을 찾아 개혁할 일이지, 수사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원인을 헛짚었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과거 막강한 수사·기소권을 집권층 의사에 따라 행사하거나 권한 행사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가 일정 부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분명한 자성과 시정의 모습을 충분히 보이지 않은 것은 비난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민가에 출몰해 피해를 주는 호랑이를 잡는 최고의 명포수가 있는데, 그가 오만하다고 팔다리를 잘라버리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요? 막상 검수완박 개혁의 실질적인 주인인 국민들은 검수완박의 실체와 문제점, 후과(後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화려한 언변으로 주장을 합리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은 국민이 실험용 마루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검수완박 개혁은 이해당사자인 검찰이나 경찰에게 물어보기 보다 수사공권력의 소비자로서 고소·피고소 경험이 있는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각지에서 힘 없고 선량한 서민들이 전재산을 빼앗기는 범죄를 당한 뒤 수사기관에 고소했다가 혐의를 밝혀내지도 못하고 피눈물만 삼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재 정치권의 모습은 마치 상태가 심한 환자를 눕혀 놓은 채, 두 명의 의사가 환자의 상태나 생각은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 내가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다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부디 두 주체 모두 자기 집단의 이익보다는 환자, 즉 국민의 절박한 상황에 기초한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랍니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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