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서울변회·형소법학회, 검수완박 개정안 관련 긴급토론회 열어

경찰 수사지연 등 검경수사권 조정 여파도 여전… "수사공백 우려"

내용·절차상 위헌성 내포… "차라리 '중대입법재해처벌법' 만들자"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절차가 연일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 내용뿐 아니라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와 함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운데)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가운데)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폭풍도 심각한데 '검수완박' 까지"

법률전문가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내용 뿐만 아니라 추진 과정 또한 졸속으로 진행돼, 절차상 흠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검수완박의 이론적 문제점 및 대안'을 주제로 발표한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권은 단순하게 바톤 터치하듯이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3개월 내에 경찰이 수사권을 넘겨받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검찰은 남은 3개월 동안 잔여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검찰도)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고, 이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졸속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검수완박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후에는 검수완박을 관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탈법적인 입법 절차는 합법으로 볼 수 없다"며 "절차상 무리한 추진으로 수사공백이 발생하고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아직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경찰의 수사지연 문제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학계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 후 1년 간 경찰 업무량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경찰이 직접 담당해야 하는 법적 검토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닦아온 검사들의 전문성을 단기간 따라잡는 데, 적어도 4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더라도)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력 보충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광수(사시 27회) 대한변협 인권위원도 "아직도 현장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여파가 심각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변협 설문조사 결과, 경찰의 수사 지연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수사권을 다 주겠다는 건 경찰과 국민을 모두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변협이 전국 변호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경찰의 부실수사로 △회복 지연 및 금전 등 2차 피해 발생 △경찰수사 등 사법제도 불신 △수사 중 공소시효 도과 등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이 700여 건이나 접수됐다.

△ 김관기 변호사(오른쪽)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김관기 변호사(오른쪽)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수사공백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 "범죄자들이 죗값 받지 않을 수도"

졸속 입법은 '국가형벌권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포 후 3개월 후부터는 수사권이 경찰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변화로 인한 피해는 모조리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순옥(사시 45회)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개혁은 충분한 준비를 한 후 진행해야 하는데 (개정안에서는)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치환하기만 한 수준"이라며 "제도 안착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 범죄가 정책이 안착될 때까지 기다려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금도 수사권 조정 이후 피의자가 한 명이어도 '고소장 쪼개기'를 요구하고 변호인에게 직접 증거를 수집해오라고 요구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을 이미 수사된 사건을 법원에 나르기만 하는 '지게꾼'으로 활용할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기명(변시 3회) 인천지검 검사도 "법관이 피고인이나 증인 진술을 듣거나 증거를 조사하지 않고 판결할 수 없듯이 검사도 이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기소할 수 없다"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기한 내 오지 않거나 요구와 다르게 수사가 되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이 아무리 열심히 수사하고 검사가 기소 후 최선을 다해서 유죄를 받아내도 범죄자들이 죗값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규(사시 32회) 변호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시정을 통한 인권 보호 기능을 하는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마저 박탈되면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은 마지막으로 호소할 기회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질타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 역시 국민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을 폐지하면 피의자 등이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의견진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고 △구속 송치 피의자의 무고함이 밝혀져도 검사가 피의자 구속을 취소할 수 없으며 △피의자 건강에 특단의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구속집행정지를 할 수 없고 △검사가 위법하게 체포·구속된 피구금자를 석방하도록 명령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손정아(변시 1회)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검사가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자의적 판단에 따른 평등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기능을 극단적으로 폐지해 검사의 기소 및 공소유지, 인권 보호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면서 검사제도 자체를 형해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수세기 동안 고민하고 발전시켜 온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역사적 자산"이라며 "(검수완박 법안은)검사 권한 박탈에만 몰입한 나머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헌법 기본 이념인 적법절차 원칙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관기(사시 30회) 변호사는 "경찰 직무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검찰이 감시해온 기능을 없애면 청탁수사를 걸러내는 장치까지 사라질 것"이라며 "검찰이 정치인 부패를 감시하는 기능이 퇴화하면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21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및 개선 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무성의한 입법 재해, 위헌성 심각"… '중대입법재해처벌법' 주장도

토론회에서는 차라리 '중대입법재해처벌법'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회가 위헌성을 내포한 법안을 졸속 입법함으로써, 국민 기본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검수완박' 법안을 통해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권 박탈로 인한 피해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근우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국회가 법률과 형벌 규정을 깊은 고민없이 함부로 만들어 놓고 이를 실적으로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국가 예산을 낭비하게 만드는 형벌 공해이자 입법 재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법을 무성의하게 던져놓고 대의명분만을 내세우면서 그대로 통과시키는 건 중대한 입법재해"라며 "민주당과 다른 당 국회의원들의 권한에 걸맞은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호선(사시 31회)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권과 그 실질적 판단을 전제로 하는 불기소처분권 등을 형해화 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그 자체로 명백한 위헌"이라며 "입법과정은 물론이고 실체적으로도 위헌을 면할 수 없고 현대문명국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 상황은 빈대들이 나서서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라며 "(검수완박 법안의)입법 과정은 물론이고 실체적으로도 위헌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법 피해는 어디서 배상을 받고 어디에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은 '중대입법재해처벌법'이 필요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아닌 국민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서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입법 과정에서 '국민'을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광수 변호사는 "검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정상적인 모습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대화된 검찰 권력을 줄여야 한다'는 답변 뿐"이라며 "권력이 비대한 게 문제인지, 견제 기관이 없어서 문제인지부터 정확한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논의가 국민을 중심에 두고 하는 논의인지 정치권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논의인지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 협회장은 "모든 입법 절차와 논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노력이 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기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형사사법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도 "국민 기본권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개정안인데도 정치 이슈로 지나치게 과열돼 국민 권익을 위한 심도 있는 성찰은 부족했다"며 "논의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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