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15일 '행정조사에서 변호사 조력권 강화' 세미나 개최

"견제 없는 행정조사, 기본권 무력화"… 방어권 범위도 논의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권력형 행정기관의 조사절차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문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15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5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에서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5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행정조사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권 강화 관련 세미나'에서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성중탁(사시 44회)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행정조사 절차에서의 변호사 조력권 보장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성 교수는 "행정조사 과정에서 손쉽게 확보한 자료로 수사를 하는 등 '행정조사 만능주의' 내지 '수사의 행정조사로의 도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수사로 기능하고 있는 행정조사를 소송법적 수사로 취급해 변호인의 조력권, 진술거부권, 영장주의 원칙 등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법절차의 원칙이 형사절차뿐 아니라 행정절차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정절차에서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개선책으로 행정조사기본법 혹은 개별 행정법상 행정조사에 관한 규정에 변호인 참여 규정을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행정조사과정에서 피조사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어서 법률상 기본권 방어 장치를 알지 못해 기본권을 침해당하거나 불리한 조사결과를 받을 수 있다"며 "모든 행정조사절차에 변호인 참여를 보장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형사절차로 연결될 수 있는 행정조사에라도 변호인 참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2018년 육군사관생도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육사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게 하려 했으나 근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건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는 당사자 등을 위해 행정절차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징계심의대상자에게 변호사를 통한 방어권 행사 보장이 필요하므로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6두33339).

이 밖에 행정조사 단계에서 △기록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근거 규정 신설 △국선변호인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행정조사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문화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함께 나왔다.  

이진용(변시 3회) 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위원은 "통제·견제 받지 않는 행정조사는 형사 사법체계에서 보장하는 방어권 행사와 기본권 보호 장치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행정조사가 행정강제나 행정질서벌 또는 사실상 형사처벌인 행정처벌로 이어지는데도 방어권 행사 제약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행정조사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도화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형진(변시 5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행정조사와 형사절차의 차이점, 현실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조사관은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등록조사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사건 조사 등은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반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형사절차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아 방어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많다"며 "행정조사 전반에 형사절차에 준하는 정도로 방어권을 보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조사자에 대한 방어권 행사가 필요한 정도가 차이가 있으므로 방어권 보장 범위를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권오현(사시 50회) 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이 '선거법 관련 사안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을 발표하고, 박대영(변시 3회) 변협 사법인권소위원회 부위원장·박도준(변시 1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1과 행정사무관이 토론했다.

이종엽 협회장은 "현재 행정조사에서 변호인의 조력권은 법령·제도상 보장되지 않거나 보장 수준이 매우 미흡하다"며 "금융위원회 등 일부 기관이 변호인 내지 대리인 참여권을 명문화했으나 임의규정에 불과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미나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 향후 입법 개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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