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게 법무팀은 어떤 존재일까? 현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 물어보면 즉시 답이 나오는 자판기, ‘법’이 들어가는 모든 것을 처리하는 부서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것이다.

현업의 자문요청을 처리하다 보면 의도가 보이는 건들이 있다. 품의나 보고서에 ‘법무검토 完’이라는 글자를 넣기 위해 요식행위를 거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의견서를 쓸 수는 없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현업에서는 “법무에서 괜찮다고 했다” “법무 검토를 받고 진행한 건이다”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법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의견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사실관계를 반드시 기재하자. 이슈가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따지다 보면 현업 담당자에게 들은 내용과 다를 때가 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현업 담당자는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굉장히 난감해진다.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고 했던가. 책임회피를 위한 말뿐인 주장은 문서로 대응해주어야 하는 법이다. 이를 위해 의견서에 간략한 사실관계를 적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말이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실관계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즉시 법무팀에 알려줄 것”과 “기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검토했다”는 점까지 의견서에 밝혀주면 금상첨화다.

둘째, 질의와 답변은 시스템을 이용하자. 업무를 하다 보면 급한 일이라며 전화로 질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야기를 들어본 후 정말 간단한 질의거나 답변에 자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스템으로 질의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질의내용과 답변이 시스템에 남아있어야 자문내역 관리가 수월하고 이슈가 터졌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법무가 괜찮다고 했는데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메일로 검토의견을 줄 수도 있다. 다만 보안정책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메일을 자동으로 삭제하는 회사도 있기에 가능하면 시스템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셋째, 대안은 제시하되 의사결정 사항임을 밝히자. 법무에서 대안을 밝히는 것에 갑론을박이 존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법적 위험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이 잘 되게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법무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대안 없이 안된다고만 하면 법무는 다른 팀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될 뿐이다. 의견서에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법무가 사업의 성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다만 법무가 사업적인 판단을 하기에 제약이 있다. 현업에서는 대안이 정답인 것마냥 무조건 받아들일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언급한 대안은 법무 관점에서 생각한 참고용이며, 사업적인 관점을 고려한 의사결정은 현업의 몫”이라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고범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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