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형사사건 중 범죄피해자들로부터 고소대리를 맡은 사건 수 비율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사건에 견줄 정도로 늘었다.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내가 피해자인데 왜 내가 비용을 들여가면서 고소대리를 맡기나’ 혹은 ‘있는 그대로 진술만 하면 당연히 처벌 받겠지’라고 생각해서 직접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피해자에게도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경향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경찰 일선 수사관들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현저히 늘다 보니 예전 같으면 수사관이 직접 하던 법리적 해석이나 증거 보강도 시간관계상 피해자측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찌저찌 수사관으로부터 혐의를 인정받아 검찰로 송치한다는 통지를 받더라도 얼마 뒤 검찰에서 재수사 혹은 보완수사 지휘가 내려오는 일이 흔하고 그러면 또다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출석해 참고인조사나 대질신문을 받거나 보강증거를 수집·제출해 고소사실을 입증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결국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피해자변호사의 조력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범죄의 2차, 3차 피해가 성범죄피해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 평생 모아둔 쌈짓돈을 잃은 사람도, 묻지마폭행을 당해 뼈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은 사람도, 모두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고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인 수사와 함께 피해자를 위한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계속 덧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변호사의 조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사관들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범죄피해자들은 평생 마음속으로 수천, 수만 번을 범죄 직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피해가 없던 일이 되는 불가능한 꿈을 꾸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 그런 내적 고통을 다스리는 일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다.

 

/강애리 변호사

동부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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