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은 그래도 (피해자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네요.”

서울시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코로나 백신 피해 사망자 추모식에 참석한 본보 기자를 본 한 피해자 가족이 이렇게 말하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변협은”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추모식 현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오로지 피해자 가족 뿐이었다.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아달라” 호소하던 정부 관계자는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현장은 울분과 슬픔으로 가득찼다. 부작용으로 인한 희생자도, 그 가족들도 백신을 맞기 전에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의 일원이었다. 천붕(天崩)과 같은 슬픔이 자신들을 덮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해자들도 백신 접종을 주저했다. 코로나 백신이 안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정부가 ‘백신패스’를 강제하자 생업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접종을 미룰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말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돌아온 건 의문스러운 죽음과 차디찬 냉대 뿐이었다. 정부는 팬데믹 초기 높은 백신 접종율을 거론하며 ‘K-방역’을 자랑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속출하자 피해자들의 존재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백신패스라는 전례 없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강요하고, 무수한 부작용 피해자들을 짓밟고 올라선 K-방역이 정부는 여전히 자랑스러울까.

백신 피해자들에게 남은 희망은 법조계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로부터 외면당한 피해자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 많은 지원과 울림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쓸쓸한 추모식 현장에서 “변협은 약속을 지킨다”고 손을 잡아준 피해자 유족의 선한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정의와 인권수호의 최후 보루인 변호사들이 피해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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