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 도산사건 문의가 늘었습니다. 대부분 회생파산이 절실한 어려운 처지의 채무자들입니다. 그런데 현실이 어려운 데 대한 반작용인지 가상화폐, 주식투자 등 사행성 채무의 경우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채무자들은 도산제도에 대한 이해도나 절실함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채무탕감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개인회생을 하더라도 탕감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하면,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빚 다 갚을 거면 뭐하러 회생해요?”

일반적으로 ​개인회생은 ‘과중채무자가 3~5년 동안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는 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안에 따라서는 회생절차를 완주하더라도 채무를 탕감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회생에서 채무탕감이 되지 않는 몇 가지 사유입니다.

먼저 사행성 채무입니다. 사행성 채무를 제한 없이 탕감해주는 것은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돕는 도산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행성 채무는 청산가치에 전부 편입되거나 법원에서 변제율을 높이게끔 유도합니다.

다음으로 비면책채권 비율이 높을 때입니다. 세금, 임금 같은 비면책채권은 회생절차에 기한 탕감대상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채무 대비 재산이 많은 경우입니다. 회생에서는 청산가치 보장원칙에 따라 최소한 재산(내지 재산으로 평가되는 금액) 이상을 변제해야 합니다.

가상화폐투자는 회생실무에서 사행성이 높다고 간주되고, 발생시점도 대부분 최근에 몰려있기에, 탕감을 기대하고 진행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탕감을 기대했던 채무자가 실망하여 상담을 종료하려 할 때, 당황하지말고 이 말을 덧붙이도록 합니다.

“탕감이 안 되어도 실익은 있습니다.”

개인회생은 채무탕감이 안 되더라도 채무자에게 득이 됩니다. ​

첫째, 이자 발생이 정지됩니다.

과중채무자는 2, 3금융권 이상을 이용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연체이율이 법정최고한도에 육박하며, 1금융권의 연체이율도 10%를 쉽게 넘습니다. 그런데 회생절차진입 시 더는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회생채권은 기 발생한 원리금을 대상으로 산정하며, 사행성이 높은 채무라도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 이자까지 갚게 하지는 않습니다. 고율의 이자가, 그것도 복리로 붙는 이자가 면제된다는 것은 분명 큰 실익입니다.

둘째, 채권자의 추심, 강제집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개인회생신청을 할 때는 금지, 중지명령을 함께 신청합니다. 중지명령은 진행 중인 강제집행을 중단시키고, 금지명령은 앞으로 있을 강제집행과 추심을 막아줍니다. 중지, 금지명령을 못 받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 개시결정을 받으면 같은 효과를 받습니다. 사안에 따라 채무자대리인제도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채권추심과 강제집행이 중단된 상태에서 변제를 해나가는 것은 채무자 입장에서 아주 효과적인 생활안전망이 됩니다.

셋째, 채무를 나누어 갚습니다.

개인회생절차를 통하면 채무를 36개월 내지 60개월 동안 나눠서 갚습니다. 법이 정한 바로, 채권자에게 기한의 이익을 읍소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달 갚을 금액이 정해진 채무자는 앞으로의 생활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도산제도는 창조적이고, 건설적입니다. 법인회생절차 만큼이나 개인회생도 그러합니다. 회생절차 안에서는 물론,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주택담보대출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 다른 제도와 병행함으로써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채무를 면제받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활용하기에 따라 상황을 타개하는 묘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선경 대표변호사
대한변협 도산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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