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한 달여가 지난 즈음, 드디어 봄바람이 코끝에 와 닿고 여의도에도 봄기운이 느껴지는 시기가 되었다. 국회는 한강변을 끼고 있고 조경도 잘 되어 있어서 그 어느 곳보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주변 환경적 요소가 갖춰진 곳이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진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1위와 2위 후보 간의 표 차이가 역대 최소이기에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후 국회에서는 실질적으로 법안 관련 회의가 진행되기 어렵다. 대선 전에는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각 정당의 일정이 대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선 후에는 승리의 결과를 거머쥔 쪽에서는 국정에 대한 구상으로 바쁘고, 패배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쪽에서는 분위기를 추스르고 재정비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더군다나 곧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어서, 각 정당에서도 여전히 선거대비 일정을 중점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은 아무리 후보들이 민생을 위한 공약을 이야기하더라도, 대부분은 거대담론과 정당 색채에 가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언급했던 공약의 대부분은 국회의 입법적 역할을 필수 전제로 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정하는 국정운영은 국회의 역할이 원활하게 수행될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국회에서는 당선인이 내세웠던 주요 공약들에 대한 입법적 사항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당선인은 특정 부처 폐지, 청와대 이전, 소상공인 지원 등을 약속했다.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법률적 정비사안도 논의해야겠지만, 공약의 정당성을 점검하고, 그 입법적 효과를 측정하여 필요한 경우 견제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에 대해 입법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기관이 난립하여 결과예측이 어려웠고, 언론과 포탈의 정치적 편향성도 지적된 바 있다. 향후 선거를 대비하여 해당 사안들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공직선거법 조항도 당장 개정이 요구된다. 선거로 인해 심사가 미루어진 법안들도 산적해있다. 이 중 실기하면 의미 없는 법안들부터 챙겨보아야 한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소상공인들을 위한 추경은 어찌되는지도 주된 관심사다.

곧 4월의 벚꽃도 만개하고 윤중로에는 벚꽃축제가 열릴 테지만, 국회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두 달이 예상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5월 10일 이후 각 부처 장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다. 법안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달이 가장 적기인 것이다.

대선 결과는 정해졌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국회는 이제 국회의 역할을 챙겨야 한다. 대선 이후 국회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최지현 변호사

법무법인 청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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