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 매료된 철학도에서 법조인으로 변신

청년·개업 변호사 핸디캡 극복하고 '홀로서기'

이례적으로 제3자 재심 인용 이끌어내 '주목'

2021년 대한변호사협회 우수변호사에 선정

"의뢰인에게 쏟는 진심과 정성이 성공 비결"

△도진수 청백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진수 청백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독특한 손목시계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쿼츠 혁명' 당시 나왔을 법한 레트로(retro)한 디자인에 번쩍이는 금장색까지.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도 많지만, 시간은 전자시계가 가장 정확합니다. 그리고 전자시계를 착용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거들먹거리지 않게 되고 나도 모르게 '의뢰인을 상대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자각도 생기는 것 같아요."

멋쩍게 말하지만 나이에 비해 적잖은 내공이 느껴진다. 거침없이 말해도 위화감이 없다. 청자를 배려하는 화법 속에 묘한 끌림이 있다.

청백 공동법률사무소의 도진수(변호사시험 7회) 변호사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장자(莊子)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발산하는 '이끌림'의 정체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의 자취다.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생각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원래 위대한 철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제 한계를 느끼고 포기했습니다(웃음). 철학을 그만두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소소하게 지내다가 우연히 헌법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헌법에는 철학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어요. 헌법에 적힌 인간의 당위적 삶이 철학서에 있는 것보다 훨씬 이상적이고, 명쾌하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법에 흥미가 생겨 로스쿨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졸업 후 변호사가 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비(非)법학 전공자에, 지방 로스쿨 출신이라는 핸디캡이 남았다. 하지만 철학으로 단련된 도 변호사의 내면은 훨씬 더 단단했다. 그는 과감히 '뒤집어보기'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돌이켜봐도 유수의 로펌에서 저를 채용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 길은 개업 뿐이라고 생각했고, 낮은 자세로 모든 걸 배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 합격 발표 전부터 한 법률사무소에 사무직원으로 등록해 바닥부터 실무를 배웠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변호사 업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어요. 주변에서 무슨 요구를 하든지 웬만하면 다 맞춰드렸고, 어떤 전화가 오든 친절하게 받았습니다. 철저하게 하심(下心)을 익힌 덕분에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의뢰인 응대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법조 경력 4년차. 짧은 시간이지만 그는 의미 있는 궤적을 여러 번 남겼다. 지난해 승소한 '제3자 재심 인용 판결(수원고법 2020누12151)'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3자 재심은 행정소송법과 특허법에 존재하는 특수한 절차다. 처분취소 판결 등에 의해 권리·이익을 침해받은 제3자가 자기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소송에 참가하지 못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 방법을 제출하지 못한 때, 확정된 판결에 대해 제기하는 절차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인용되는 사례를 드물었는데, 지난해 도 변호사가 이끌어낸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도(私道) 개설 허가처분 사건에서 토지소유자가 관할시장을 상대로 낸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를 했고, 관할시장이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된 상황이었습니다. 의뢰인과 상담 중, 제3자 재심 규정(행정소송법 제31조)을 떠올렸는데, 그동안 인용된 전례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례적인 사건이라 어느 날은 원고석에, 어느 날은 피고석에 앉아 변론하기도 했어요. 1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활약상에 힘입어 도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제18회 대한변협 선정 우수 변호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개업변호사로서 의뢰인에게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증표라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소송에 임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 변호사의 행보는 확실히 남다르다. 화려한 스펙도, 이력도 없는 '청년·개업 변호사'이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진정성 있는 업무 수행으로 의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업변호사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초동은 '정글'에 가깝다. 그는 마케팅이 아닌 실적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솔직히 광고비가 워낙 비싸니까 마케팅은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수임한 사건마다 목숨을 걸고 유별나게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이 고객을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전략이었지요. 한 번 통화할 사안이면 다섯 번을 하고, 의뢰인이 바쁘다고 하면 직접 찾아가고, 증거 수집을 대신해 주는 일도 마다하지 했습니다. 그러자 기존 의뢰인들이 꼬리를 물고 다른 고객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가장 많이 연결된 사건은 한 분으로부터 무려 네 고리나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사건 하나 하나에 진심과 정성을 다한 것이 비교적 빨리 '홀로서기'에 성공한 비결이라고 봅니다."

도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 장자 내편(莊子 內篇) 양생주(養生主)의 포정지우(庖丁之牛) 언급했다. 포정이라는 백정이 소를 잡으며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고, 19년 동안 쓴 칼도 마치 새것처럼 닳지 않았다는 고사다.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치를 터득해 그 재주가 달인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포정지우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집중해서 매일 같이 단련하면 어느 순간 득도의 경지에 오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도 늘 의뢰인 한분 한분에 에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최고의 변호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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