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 개최

중장기 계획 없는 변호사 수 결정에 문제 제기

로스쿨 입학규모 감축·유사직역 통폐합 주장도

법조인접직역의 규모와 권한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변호사 배출 수는 연간 1000명 안팎이 적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변호사시험 적정 합격인원 수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노순범 법원행정처 사무관, 이지은 리버티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철근 코리아중앙데일리 대표,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법조팀장 등이 토론을 했다. 

이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다한 신규 변호사 배출과 급격한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해 많은 변호사들이 무리한 수임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무분별한 경쟁과 갈등은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포지엄이 과잉 공급된 변호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법률시장의 공공성과 건전성을 수호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시)과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시예천군)이 서면 축사를 했다.

정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증하고 국민의 법률서비스 접근성도 높아졌지만 시장 과열화로 인한 각종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 변화에 알맞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공정과 정의를 수호하는 것은 물론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형동 의원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크게 늘어나고 역할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법조유사직역 권한은 확장되어 왔다"며 "과도한 변호사 수의 증가와 유사직역의 법률사무 개입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호 경희대 교수가 22일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종호 경희대 교수가 22일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김종호 경희대 교수는 지난 2020년 법무부에서 발주한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에 관한 연구' 내용이 국내 변호사 수를 과소 추정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질타했다.   

당시 법무부는 용역을 마친 후에도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연구 결과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비공개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변협이 정보 공개 청구를 하고 소송을 진행하자 마지못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법조 인접직역은 다른 나라보다 세분화 돼 있고 업무간 중첩 영역이 넓기 때문에 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하고 업무 분쟁도 잦다"며 "법률서비스 거래 시장 규모는 작은 반면, 인접 자격사 등 부분적으로 법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 이외의 인력이 많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사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형사사건은 2009년에 비해 23.8%, 민사본안 사건은 8.8%가 줄었다.

반면 변호사 수는 대폭 증가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후 변호사 배출수는 2011년 1만 2607명에서 2020년 2만 958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법조 인접직역의 숫자와 규모가 크다. 따라서 변호사와 업무범위가 중첩되는 인접 직역과의  분쟁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로스쿨 도입 당시 참고했던 '미국·독일식 모델'과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법조 인력 체계를 지닌 '일본식 모델’을 나누어 설명했다.

미국·독일식 모델에서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 형태로 운영한다. 변호사 수는 늘리되, 법조 인접 직역의 권한과 규모는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변호사 숫자가 많은 대신 인접 직역 규모가 적고, 법률 관련 업무처리는 변호사 직역으로 사실상 일원화되어 있는 구조다.  

반면 일본식 모델은 인접 직역과 법학부 졸업생(법학사) 등 '법학지식 보유자'가 상당수 존재한다. 일본식 모델에서는 변호사 배출 적정 규모가 연간 1000명 안팎으로 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 교수는 "미국·독일은 법조인접직역 분류·인원 규모가 우리나라와 다르다"며 "‘미국·독일식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경우 법무사·노무사·행정사 등 법조인접직역의 권한과 규모를 해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인접직역 통폐합은 단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법조인접직역의 송무 대리권 요구가 늘고 있는 국내 환경을 고려하면 '미국·독일식 모델'은 부적절하고 '일본식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사회·경제·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조인접직역 권한과 인원 규모가 성장하는 추세이므로 상대적으로 변호사 수를 감축해야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2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22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열린 '변호사 수급 정상화 심포지엄'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토론에서는 변호사 수를 줄이기 위해 로스쿨 입학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오성(사시 41회)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처럼 '깜깜이' 상태로 시험 치른 후 매년 합격자 수를 정하는 건 후진적"이라며 "법조시장 규모 실태조사 등을 기반으로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적정 변호사 수를 추산해 5년 정도마다 합격자 수 범위를 사전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악의 출생률 등에 비춰 보면 인구의 감소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점진적으로 변시 합격자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로스쿨 정원을 그대로 두고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이자고 하는 건 굉장히 가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로스쿨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서 사회에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줄이고자 한다면 입학자 수를 감소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며 "다만 우리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변호사 수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유사직역 통폐합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서 로스쿨 도입 시 '법조일원화'를 목표로 내세웠던 정부와 국회에서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지은(사시 42회)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는 "법조일원화와 법치의 실현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오히려 부실한 법률서비스에 불만을 가지는 국민이 많아졌다"며 "변호사 수가 늘어난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에 신규 진입한 변호사들은 비송무 영역에서 법조 유사직역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 법조유사직역들이 송무대리권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법조유사직역을 통폐합하고 법률 업무를 변호사로 일원화 하되, 다양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게 학계와 법조계의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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