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회원 대상 '형사사법제도 개선 위한 설문조사' 실시

변호사 79% "경찰 수사지연으로 피해... 역량부족이 핵심 원인"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 수사지연에 영향... 재조정 필요하다"

△김창룡 경찰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하면서 형사사법제도에 큰 변화가 생길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였던 '검경수사권 조정'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  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골자로 하는 '책임수사제'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가운데 사법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경찰 수사단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해 12월 1~24일 3주에 걸쳐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단계에서 형사고소 사건 처리가 지연·연기되면서 겪는 피해 사례와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변협은 같은해 8월에도 동일한 취지의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설문 응답의 정확성을 높이기 한 차례 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첫 번째 조사와 두 번째 조사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전국의 511명의 변호사들은 △고소장 접수거부·취하종용 경험 여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 지연을 경험했는지 여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형사 고소사건이 적정 기간 내에 처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 △지연 사유에 대한 통고를 받았는지 여부 △조사 지연 시 경찰의 답변 내용 △경찰 수사 지연의 원인 △경찰 수사 지연에 대한 보완책과 대책 등 13개의 질의사항에 대해 상세하게 응답했다. 

가장 먼저 "고소사건 진행 중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가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바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86%인 439명의 변호사가 "그렇다"고 답변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조사 지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대한변협 제공 

고소장 접수 후 경찰 수사가 종결되기까지 걸린 기간에 대해서는 '1년 내'라고 응답한 변호사가 44%(227명)로 가장 많았고, '6개월 내'가 37%(189명), '1년 6개월 내'가 11%(55명) 순이었다. 1년 6개월 이상 걸렸다는 답변자도 4%(19명)에 달했다.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대한변협 제공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형사고소 사건이 적정한 기간 내에 처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인 84%(427명)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조사 지연에 대한 변호사들의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 단계에서의 적정한 고소 사건 처리 기간에 대해서는 응답자 57%(295명)가 '3개월 내'라고 답변해 실제 현실과 인식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로는 △의뢰인의 불만(60%) △금전적 손실 등 실질적 피해 (18%) △기타(12%) △고소포기(1%) 등이 꼽혔다. 

변호사들은 경찰 수사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경찰(수사관)의 수사역량 부족(36%)'과 '과도한 사건부담(30%)'을 지목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경찰관이 형법 수험서를 뒤적이면서 수사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법리에 대한 (경찰의) 이해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관식 응답을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경미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처리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해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 변호사 67%(341명)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통이다"고 대답한 변호사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여서 대다수의 변호사들이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수사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기욱 법무법인 율원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에 대한 관할이 검찰에서 경찰로 조정되다 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사건 수가 갑자기 늘어나 수사 지연이 이뤄지는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경찰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법리를 가진 생소한 사건을 맡게 된 경우 관련 리서치도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마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수사대상 범위를 다시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하고 간단한 사건은 독립적으로 수사하되, 그 이외의 사건은 예전과 같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경찰 수사지연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인력확충과 교육 등 경찰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5%(177명), 검경수사권 재조정이 33%(169명), 기한명시 등 제도개선이 20%(101명) 순으로 나타나 '검경수사권 재조정'이 수사 지연에 대한 유력한 보완책 중 하나로 언급됐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역량의 상향 평준화가 시급하다"며 "특히 서울과 지방 경찰의 역량 편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수사를 해야할 경우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해주거나, 경찰 내 상급기관인 광역청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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