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다른 사람 위해 살 것" 중학생 때부터 꿈 꿔

일반 송무와 공익 활동 병행… “시너지 효과로 경쟁력”

"4차 산업혁명, 개인정보 침해 우려… 지금 바로잡아야"

"공익전담 변호사가 꿈... 메타버스로 보편적 인권 홍보"

"마지막까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 구본석(변시 10회) 변호사는 '로이어 인사이드'의 인터뷰 제안에 "아직 배우는 단계라 부끄럽다"며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함께 만난 자리에서 공익활동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열변을 토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미신고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 초등교원 임용시험 관리감독 부실 문제로 인한 집단소송 등 굵직한 활동에 참여했는데도 구 변호사는 여전히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구 변호사는 지난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자마자 공익활동을 시작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가진 오랜 꿈이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가정에서 태어나 "저 친구랑은 놀지 말아라"라는 동네 친구 부모님들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천성(天性)이 온화하고 선했던 구 변호사는 비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살아야 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는 하루에 18시간씩 공부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됐다.

"어릴 때는 '가난하고 힘 없는 게 잘못' 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아무도 저희를 도와주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이 일당을 받지 못했을 때도 다 저희 탓을 했습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에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적 약자로서 가장 힘든 점은 누구도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사회적 이슈가 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사그라듭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까지 사회적 약자 옆에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구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이공은 공익 활동 분야에서 널리 알려졌다. 법무법인 이공은 "다양한 소송을 해봐야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신조에 따라 소속 변호사 대부분이 송무 업무와 별개로 다양한 공익 활동에 참여한다.

"공익법센터 공감 등 다양한 인권단체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법무법인 이공으로 오게 됐어요. 대표님께서 저를 적극 영입하셨거든요(웃음). 대표님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직을 맡고 계시는데, 내용이나 접근법이 다른 일반 송무와 공익 활동을 병행하면서 대표님께 직접 소송 전략을 배우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으로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를 꼽았다. 처음 구 변호사는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서 개인정보와 인권은 조금 양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정안을 검토하면서 생각이 확 달라졌다. 

"코로나 확진자 동선 체크도 사람들이 방역에만 집중해서 인권 문제는 등한시한 경향이 있어요. 코로나 초기 발생한 '이태원 클럽 사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로 인해 강제로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을 당한 사람도 많았고, 그로 인한 2차 가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징계를 받은 분들도 계셨고요. 감염병예방법을 검토하면서 공익과 기본권의 충돌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미래 사회는 대놓고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지만, 모호한 문구 등을 통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둘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를 계기로 구 변호사는 '정보인권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정보는 금전으로 치환된다. 따라서 그는 행정 편의 등에 의한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법무부가 출입국 관리 과정에서 획득한 안면인식 정보 1억 7000여만 건을 민간 AI업체에 제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당사자 동의는 전혀 받지 않았다.

"정보는 한 번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행돼 마치 내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보는 한 번 넘기면 회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보제공 범위도 넓고요. 심지어 개인 신용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정보 이동 개방 시간이 기본 1~2시간이고 최대 60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신용정보관리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이용 API개방시간은 무려 1년입니다. 지금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선이 4차 산업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 변호사는 보편적 인권에 대한 홍보를 위해 메타버스 구축을 계획하는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려 한다. 

"공익 활동이 사회적 약자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기본권과 인권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인터뷰나 시위만으로는 사회적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고, 이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이슈로 떠오른 지금 메타버스로 공익활동을 알려야 합니다. 일단 시작해보고 개선을 해나가면서 계속 방안을 모색해 봐야겠죠."

구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공익전담 변호사'로 홀로서기를 하겠다는포부를 밝히고, NFT·유튜브·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항심(恒心)을 위한 항산(恒産)'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로스쿨을 다닐 때 막연히 공익 활동에 전념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 채널(LAWMANtist구본석)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면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공익활동을 전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직 여력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했지만, 유튜브뿐 아니라 메타버스, DAO와 NFT를 통한 공익 사건 후원금 모집 등의 블록체인 구축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제가 했던 말들이 부끄러워지지 않게 공익 활동에 더욱 더 전념하겠습니다."

/임혜령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