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갓생 살기’가 유행입니다.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을 합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바로 ‘갓생’입니다. 문언대로라면 타의 모범이 되는 완벽한 삶을 뜻하겠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로 아주 소소한 하루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생활 챌린지입니다. 이들은 아침 7시에 일어나기, 하루 30분 산책 다녀오기, 탄산음료 먹지 않기와 같이, 타인이 보기엔 작을 수 있지만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도전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작은 목표를 이뤄내면 오늘 하루 ‘갓생’을 살았다고 하여 SNS에 공유하고, 갓생을 살아낸 이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칭찬합니다.

언뜻 보면 기존의 자기계발 열풍과 무엇이 다른가 싶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새벽 영어학원 등록’, ‘퇴근 후 재테크 공부’, ‘부동산 투자모임’같은 것들이 유행하지 않았던가요. 인생을 열심히 살고 시간을 허투루 허비하지 않기 위해 경주하는 삶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인데, MZ세대의 ‘갓생 살기’는 뭐가 그렇게 다르다는 것일까요.

‘갓생 살기’의 가장 큰 특징은 목표가 개인적이고 소박하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자기계발 열풍이 자산 증식이나 직업적 성취와 같은 외적인 성공에 치중되어 있다면, ‘갓생 살기’는 타인과 비교되지 않는 자신만의 소박한 지향점을 목표로 삼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였다는 사람들의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소한 만족을 추구하면서 그 목표달성에 따른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려는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갓생 살기’를 보면서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좌절스러운 순간이 너무나 많았을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펙을 쌓고, 마침내 취직을 해도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패배감 같은 것이 MZ세대의 삶을 짓누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수렁은 깊어지고, 끝없이 상승하는 집값에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절망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MZ세대의 ‘갓생 살기’는 기나긴 우울의 시대를 풀어가는 유쾌한 다짐입니다. 특별한 기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삶 속에서, 적어도 자신만의 개인적이고 소박한 루틴은 언제든지 달성하고 성취할 수 있습니다. 삶이 녹록치 않더라도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삶을 가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먼 미래의 불확실한 성공보다는 당장의 사소하지만 값진 성취가 생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대단한 성취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취직에 실패했어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오늘의 작은 목표달성을 자축하는 이들에게서 진정 삶에 대한 애착을, 건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엿봅니다.

저도 오늘 하루, 갓생을 살아보기 위해서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자기 전 일기 5줄 쓰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씩 전하기. 이것으로 저의 갓생은 충분하였고, 오늘 하루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는 작은 다짐과 실천으로 충분했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도 오늘부터 ‘갓생’을 살아보시면 어떨까요.

 

 

/권민 변호사
롯데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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