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 웨비나 개최

"'징벌적 손해배상' '사전 검열', 단기적 대응일 뿐"

"허위 정보 가려낼 수 있는 인식 개선 선행 돼야"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 토론 전경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 토론 전경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70.3%에 달한다. 2019년 64.2%에 비해 무려 6.1%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국민들의 혐오표현 경험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법률적 대안은 없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16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2021년도 인권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는 인권보고대회를 열었다.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대회는 온라인 웨비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이 협회장은 "대한변협은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단체로서 매년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인권 상황 전반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실천적 지침을 담은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선배 법조인들의 숭고한 헌신과 열정을 이어받아 인권보고사가 인권의 사각지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1년도 인권보호대회 1세션 발제를 맡은 이문원 변호사
△2021년도 인권보호대회 1세션 발제를 맡은 이문원 변호사

"혐오표현 날로 급증하지만... 법적 규제 강화는 신중해야"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RWB)'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80개 국가 중 42위를 기록했다. 63위를 기록한 2017년에 비해 21계단 올랐지만 언론 보도와 뉴스에 대한 신뢰는 고작 32%로, 46개국 가운데 39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표현의 자유,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문원(변시 7회) 법무법인(유한) 광장 변호사는 "최근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온라인을 중심으로 허위정보와 같은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며 "(혐오와 허위정보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일차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혐오표현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차별의 만연 △규제 미비 △불황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 등이 꼽혔다.  

앞서 실시된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 혐오표현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항목에 동의하는 응답이 86.1%로 집계돼 가장 높았다. 이어 '인터넷 사업자들이 혐오표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85.5%)', '사람들이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을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드러내는 것이다(82.4%)' 순이었다. 특히 2019년 조사와 비교해 '정치인 등 유명인들도 혐오표현을 쓰다 보니 문제라고 느껴지 않게 됐다'라는 응답이 2019년 49.4%에서 76.3%로 26.9% 급증했다.

대응책으로는 '정치인이나 언론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90.3%로 가장 높았고 '학교 내 혐오차별 예방 교육 확대(89.9%) 등 사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 변호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온라인 내 혐오표현에 대해 국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혐오표현을 차별행위로 규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도 "대부분의 혐오표현들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정보와 혐오표현을 섣불리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 즉 자유로운 의견 교환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섣부른 규제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최유미(변시 4회) 변호사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견해를 표시하는 행위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명예훼손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 등 다른 제재 방안이 존재함에도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홍석(사시 46회)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현재 '혐오표현'의 개념에 대해 국제적으로나 학계에서도 합의된 정의 자체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논할 때에는 구체적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혐오표현' 자체에 대한 정의가 없다보니 그 경계를 확정할 수 없는 모호한 상태에 있다"면서 "혐오를 누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열린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에 참석한 양홍석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16일 열린 '2021년도 인권보고대회'에 참석한 양홍석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하면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소위 '가짜 뉴스 방지법' 입법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관련 법률안이 16건이나 발의됐으며, 각 법안을 통합·조정해서 제출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대안에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에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취지의 조문이 신설돼 논란이 됐다. 

이문원 변호사는 "언론기사는 '사실 적시'를 넘어 '의견', 나아가 '평가'까지 동반되는 것으로 한 표현물 내에서 이를 명백하게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어떠한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종국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손해액을 '언론사 등의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설정하도록 정한다. 즉, 매출액이 높은 언론사일수록 그 규모에 따라 배상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최유미 변호사는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은 실제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1인 미디어나 잡지사보다는, 소위 '메이저 언론사'라 불리는 주요 언론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실제 손해액과 전혀 관계없는 기준으로 평등원칙에 위반 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가짜뉴스와 혐오표현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온라인상의 혐오표현과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허위, 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규율하는 것은 단기적인 대응으로서 언론 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며 "충분히 자유가 보장되는 전제 하에 허위정보가 공론장 내에 진입하기 어렵도록 건강한 정보유통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보제공자가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인 대응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제엠네스티에서는 지난 2018년 '온라인 혐오표현과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문서를 발표하면서 "온라인상 혐오표현과 허위정보를 일일이 규탄하는 행위는 효율적이지 못한 대응 방법"이며 "대항표현과 대안적 내러티브를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헌법상 재산권 보장의 의미와 국가 개입의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재산과 권력 그리고 법의 지배', 백종건 인권보고서간행소위원회 간사가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대출규제에 관한 소고'를 주제로 각각 토론했다. 

대한변협이 발간한 '2021 인권보고서' PDF는 변협 홈페이지(koreanbar.or.kr)에서 받아볼 수 있다.

/장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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