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은 다른 2월들과 달리 우리 가족에게 특별하다. 아버지께서 40년의 긴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정년퇴임하시는 달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3분의 2라는 세월 동안 같은 하루를 반복해 오신 아버지가 은퇴 후 느끼실 공허함의 깊이를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가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버지 인생의 제2막을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평생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정년을 맞이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 많이 달라졌다.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초까지 출생한 MZ 세대를 중심으로 퇴사의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본인의 퇴사 사실과 그 이유를 공개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의 확산과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파이어 운동은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인데, 이를 위하여 빠르게 모은 종잣돈을 활용하여 노동소득을 초과하는 자본소득을 얻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범유행은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앞당겼고, 일과 삶을 명확히 구분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넘어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한 시너지 혹은 일과 삶의 통합을 추구하는 워라하(Work-Life Harmony)와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 주목받고 있다.

나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동기들에게 사내 변호사로 재직 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워라밸이 좋겠다’는 이야기다. 퇴근 시간이 일정한 편이니 저녁 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사내 변호사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어떠한 경력을 쌓아 나가야 할지’ ‘사내 변호사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함과 동시에 준비 된 ‘일꾼’이 되기 위하여 퇴근 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전문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칼럼과 서적을 찾아 읽는 데 쓰고 있다.

어쨌든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중이다.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더라도 변화에 대비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다. ‘일과 은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가 되고자 오늘도 분주히 하루를 보내고 있을,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변호사님들을 응원한다.

 

 

/김나라 변호사

HDC현대산업개발(주) 법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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