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2년 전 겨울,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 속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에 의한 혈관파열로 결론지어졌으나 망인은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박스에 지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평소 이 숙소는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잦았고 망인이 사망하기 이틀 전 전기공급이 중단되자 동료들은 다른 곳으로 갔지만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는 주말 내내 혼자 숙소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졌고, 당시 기사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지내는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열악한 숙소 현황에 초점을 맞췄다. 사망한 근로자는 비전문취업(농업)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하여 4년 8개월째 일하고 있었으며, 체류자격이 만료되는 2개월 후면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닐하우스 숙소
△외국인 근로자의 비닐하우스 숙소

사실 농업 외국인 근로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많은 농업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닐하우스나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 등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이 법령 위반이라는 점이다. 비닐하우스는 건축법상 농림지역 내의 가설건축물로 볼 수 있고, 건축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가설건축물은 전기·수도·가스 등의 설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가설건축물은 임시 거처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건축법 제11조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닐하우스는 농업 등 용도로 사용해야 하므로 비닐하우스 내 가건축물을 세워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필자는 이주민지원센터에 근무하면서 농촌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을 듣게 된다. 비닐하우스 숙소이다보니 화장실·샤워실이 제대로 없는 경우도 있고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도 있다. 농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약 30%정도가 여성인데, 여성 외국인 근로자는 숙소에서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관할 구청에 연락해도, 구청은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 지적하면서도 이에 대한 규제나 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외국인근로자에게 기숙사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라’는 내용으로 개정되었지만, 이듬해 발생한 캄보디아 여성의 비닐하우스 숙소 사망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작년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중 약 69.6%가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설치한 경우는 12.7%로 나타났고, 잠금장치 없음(농축산업 6.8%), 소화기·화재경보기 없음(농축산업 5.2%)도 확인됐다.

최근 개정된 고용노동부 지침은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라면 희망하는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되어 있다. 숙소가 기준에 미달하면 근무하는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준을 충족하는 숙소가 턱없이 부족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침은 ‘농가 사업주가 가설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을 관할 지자체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정부 지침에 따른 가설건축물 신고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 가설건축물은 현행법상 임시 숙소가 아닌 1~3년 주거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 지침 자체가 건축법 및 관련 법령을 무시한 채 가설건축물도 신고만 하면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방편을 내세운 결과라 하겠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는 어쩌면 우리 필요에 의해 마련한 제도다. 필요에 따라 땜질하는 처방이 아니라, 일선 사업장의 작업·주거 환경, 안정성을 제고하고 관련 법령을 보다 면밀히 살피면서 실현가능한 대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더이상 2년 전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고지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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