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서울회, '공정위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 공동 개최

"가벌성 높은 사건, 검·경 수사 통해 강력한 형사처벌 해야"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 울궈먹기' 비판… 대선 후 행보 주목

변호사 9명 중 1명은 공정위 사건 3심제 전환 필요성 인식

8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 개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 모습
8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 개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 모습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정위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10명 중 7명이 전속고발권 폐지에 동의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인과 교수, 기자 등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공정위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은 8일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토론회는 온라인 웨비나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대한변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영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재명·심상정·안철수 대선후보와 송영길·여영국 당 대표가 영상 축사를 했으며 한 목소리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조순열(사시 43회) 법무법인 문무 변호사(서울회 부회장)는 "공정위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이익에 편승하고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여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해 12월에 두 차례에 걸쳐 공정위 조사 관련 회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고발권 독점의 부당성 △권한 남용 우려 △정경유착 및 전관예우 현상 강화 등의 이유로 응답 변호사 73.9%(486명)가 전속 고발권 폐지에 찬성했다.  

조 변호사는 "경제력 집중억제시책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부당공동행위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크고 가벌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를 통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전속고발권 때문에 공정위가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처벌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유착, 공정위 출신 전관의 세력화 등으로 인한 다양한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 기관과 법조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대부분의 기업들조차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행정벌과 형벌은 엄연히 구분되는데 형벌을 전제로 한 고발 여부를 행정기관에서 독점적 재량권을 보유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고발과 기소는 사법의 영역으로 두고, 공정위는 행정처분 권한 범위 내에서만 재량을 보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을 지낸 유선주(사시 40회) 변호사는 "일부 정치 권력에 편승한 공정위 조직과 여전히 법적 투쟁 중"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 변호사는 공정위 심판관리관 시절 가습기 살균제 관련 내부 고발을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우선 전속고발권이라는 용어부터 '독점고발권'으로 바꿔서 공정위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파놓은 전략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의 공무원 집단은 여전히 '식구'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순환유착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며 "매일 같이 국회만 들락거리면서, 명백한 법규 위반 사항임에도 법 집행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관행'을 앞세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대선 주자들의 단골 공약으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후보자 시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2020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 시 슬며시 전속고발권 유지 입장으로 바꿨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율 회계사는 "대선 후보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가도 180석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는 현장에서는 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지 알 수 없다"며 "입으로는 허황된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아무 의지도 없어 실행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는 현 상황은 본인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순열 변호사(사진 가운데)가 8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 개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조순열 변호사(사진 가운데)가 8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동 개최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온라인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독립성·공정성 없는 공정위가 사법기관 역할"… 공정위 사건 3심제 전환 주장도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3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공정위 사건은 2심제로 운영된다. 공정위가 사실상 1심 법원이 맡고 있는 대신 공정위 전원회의는 방청 허가제를 통한 '반공개'로 진행된다. 

조순열 변호사는 "공정위가 '준사법기관' 역할을 넘어 사법기관 역할을 하는데도 심의위원회 구성에 법조인이 별로 없고 행정기관으로서도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위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1심 재판을 받을 권리인 심급이익을 상실한다는 것은 심각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법원의 전문성은 충분히 충족됐고 공정위 심의기간 못지 않게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헌법상 대원칙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경제사건에 대한 전문성과 신속성 담보라는) 명분도 사라진 공정거래 사건의 2심제 운영은 즉시 3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 구조는 대심적 구조를 취하는 법원의 사법절차와 비교할 때 문제 소지가 많다"면서 "특히 공정위가 법원 1심 절차를 대체할 정도로 공정성,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의미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2심제 구조에서는 서울고법 1개 심급에서만 사실 심리가 가능해 법조계 내의 불만도 크고 사실 심리를 강화하겠다는 법원의 사법 운영방안과도 맞지 않다"며 "사법절차를 거치는 대부분 사건이 3심제인데, 공정거래 사건만 2심제를 유지해야 할 명분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변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변호사의 90.6%(609명)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3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2심제 불복제도가 헌법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대법원이 법률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단심제로 운영되는 것과 다른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행정사건이 3심제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정위 사건에 대해 2심제 제도를 채택했던 일본도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제도를 폐지하고, 불복 소송을 3심제로 개편했다. 

이 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처분권 및 심의·의결권의 분리 △변론권 침해 방지 및 적법절차 보장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등 개혁방안이 나왔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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