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총회 열고 '경유회비 납부의무' 회칙 신설

법률구조공단 등 회비 납부 않는 관행에 제동

"명확한 근거 없이 이뤄진 차별적 관행 시정"

△정기총회에 참석한 서울회 소속 변호사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기총회에 참석한 서울회 소속 변호사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규칙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특정 회원의 경유회비를 감면 또는 감경하지 않는다'는 회칙 규정을 신설하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정부법무공단의 경유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단 소속 변호사를 비롯해 어느 특정한 회원에 대한 경유회비 감경 또는 감면이 보다 투명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24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2022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의안을 통과시켰다.

변호사법 제29조는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서 또는 위임장 등을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 사전에 소속 변호사회를 경유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때 소속 변호사회를 경유했다는 의미로 경유증표를 받게 되는데, 경유회비는 경유증표를 살 때 내는 비용을 말한다. 소속 변호사들의 명의도용이나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몰래 변론'을 방지하는 등 변호사의 업무 활동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울회 회칙 제12조에서도 경유시 규칙이나 총회의 의결로 부과한 경유회비를 납부하도록 하는 회원의 경유회비 납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정부법무공단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 없는 서민들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이라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경유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 

서울회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이 같은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공단에 앞으로 소송을 수행할 때 서울회에 경유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미납한 경유회비도 모두 납부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다. 

공단 측은 "공단 소속 변호사들의 지방회 경유 의무에 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없어 납부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서울회는 모든 회원들에게 원칙적으로 회비 납부의무가 있음을 회칙에 명시하고자 이날 회칙 제12조 제3항에 '회원의 월회비, 경유회비 및 특별회비 납부의무는 규칙에서 특별히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감면 또는 감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하는 '회칙 개정의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공단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개인 변호사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건을 수임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서 개인에게 경유회비를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해보일 수 있다"며 "결국은 공단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공적인 업무를 시키는 것이니, 집행부가 공단이나 법무부 등과 논의해서 소속 변호사 개개인이 아니라 공단이 경유회비를 내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단에서 수행하는 모든 사건들이 다 공익사건은 아니고 유료로 수임하는 사건도 상당수 있어 사실상 기관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전체를 공익사건이라는 명분 하에 경유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다만 공익에 해당하는 사건은 어느 정도 감면 또는 감경해줄 필요는 있고, 지금까지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묵인해왔던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근거를 가지고 면제해주기 위한 규정인 것 같다"며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해당 안건은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회원 1만 9634명, 참석회원 2550명 중 찬성 2368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김기원(변시 5회) 서울변회 법제이사는 "명확한 근거 없이 공단 소속 회원들이 경유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차별적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회칙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 어떠한 기준으로 공단 소속 등 일부 회원들의 경유회비를 감경 또는 면제해 줄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통해 차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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