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법제실에 입직한 후 생경하게 다가왔던 업무는 독회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함께 모여 회의를 한다. 하지만 법제실의 독회는 조금 특별하다.

법제실의 주요 업무는 국회의원의 의뢰에 따라 법률안을 입안하는 것이다. 독회는 국회의원으로부터 의뢰받은 법률안을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합동 검토 작업으로써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필수적으로 열리는 정기적인 입법 지원 활동이다.

독회 날이 되면 아침부터 매우 분주하다. 독회 자료 사전 검토는 적극적인 독회 참여를 위한 핵심이다. 동료 법제관들의 독회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여 의문점이나 더 나은 대안 등을 미리 기록해놓아야 한다. 독회는 각 법제관이 배정받은 법률안에 대한 의뢰 배경과 입법 취지를 설명하고 전체 법체계의 정당성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성안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독회 시 해당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와 성안한 내용 사이의 통일성, 형식의 적정성, 다른 규정과의 저촉 여부, 표현의 명료성을 중심으로 토론한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로 독회의 특별함은 더욱 부각된다. 독회 시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수평적인 지위에서 열띤 토론을 한다. 직급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 나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화기애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법제 과정에서 고민했던 쟁점 사항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보다 바람직한 대안을 찾는다. 각자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입법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정보 공유 차원에서도 독회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사법법제과는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률에 대한 법제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과 그 법에서 파생된 관련 법률들이 입안 업무 대상이다. 일반법에 대한 입안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개정 시 다른 법률에 미치는 영향과 체계정당성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여야 한다. 입안 작업 시 전체가 아닌 일부에 집중하여 그 부분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새로운 시선과 관점은 소중하다.

치열한 토론 끝에 독회가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그날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니다. 독회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법제실 안을 가득 메운다. 가장 기억이 생생할 때 독회 중 거론되었던 지적사항을 최대한 법률안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현장이다.

독회는 법률안의 작성 방향부터 용어, 조문 구조와 위치, 관련 조항에 이르기까지 법제의 전반적인 사항을 토론하며 완성도 있는 법률안을 만들기 위한 법제실 집단지성의 총체이다. 적극적인 독회 참여를 통하여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

 

 

/박진희 변호사

국회사무처 법제실

사법법제과 법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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