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 시 가입자에게 약관의 중요 내용을 명시, 설명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았을 때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데, 판례에 따르면 일정한 경우에는 이 같은 설명의무가 면제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①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거나 ②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거나 ③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여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다(대법원 2005다60017 판결 등).

이에 더하여 판례 중에는 ④ 설명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즉, 약관 내용에 대한 지(知), 부지(不知)가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를 설명의무 면제 사유로 거시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대법원 2005다28808 판결, 대법원 2012다30090 판결, 대법원 2016다221023 판결 등).

그런데 이러한 판례 기준들(특히 위 ④)을 그대로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을 그대로 차용하는 대부분의 보험약관들은 그 중요 내용의 설명의무가 대체로 면제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보험약관은 거래상 공통될 뿐만 아니라 그 약관 내용에 대한 지(知), 부지(不知)가 대체로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표준약관을 사용할 경우 특정 면책약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이 없는 다른 보험상품을 찾을 수 없으므로, 그 면책대상을 보상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위 면책약관의 존재가 보험가입 여부를 좌지우지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판례를 보면 표준약관을 그대로 따르는 약관 규정들에 대해서도 설명의무 이행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는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설명의무 이행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위에 설명한 판단 기준을 문구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며, 사안 별로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약관 규정에 대하여 정반대의 판단을 하는 판례들도 볼 수 있는데 예컨대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의 면책약관인 ‘직무수행에 기인한 사고’ 면책규정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법 2020나1720 판결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 설명이 필요 없으므로 명시, 설명 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 반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6가단209688 판결은 같은 약관 규정이 명시,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법원에서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각각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겠으나, 재판부에 따라 같은 약관의 적용여부가 달라지게 되면 ‘재판은 복불복’이라는 불신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윤선 대한변협 등록 보험 전문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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