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최근 1년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용어들과 씨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블록체인, NFT, DeFi, DApp 그리고 웹 3.0까지. 비트코인 열풍이 남의 일이었던 게 무색하리만치 이제 게임 업계 법무팀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소식과 법제는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이 모든 생소한 개념들의 핵심은 결국 ‘탈중앙화’에 있다. 국가나 거대 기업이 독점하던 시스템을 분산원장과 다수의 확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낸 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시초였고 이제 뿌리 깊은 문과 출신의 게임 회사 사내변호사에게도 그 영향력이 몰아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기술의 전환에 대해 새삼 놀라곤 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법제는 이러한 탈중앙화를 위시한 기술들을 어떤 틀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2021년 5월 20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처음으로 ‘가상자산사업자’를 정의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가상자산 관련 특금법 내용은 사실상 국제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권고안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목적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바, 해당 법률이 부과하는 의무이행 사항들은 사실상 컴플라이언스 영역에 가깝고 향후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실질적인 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가 될지 그리고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어떤 영역의 사업체로 취급받을지 등의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있으나 특금법은 이 가상자산사업자들을 (아직까지는) 금융회사로 보지 않는 듯 하다.

이는 결국 기술로써 구현된 탈중앙화의 가능성이 현존하는 중앙 기관들과의 전면전에서 패하여 후퇴할지 혹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임회사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기술의 발전과 발맞춰 나가야 하는 곳이다. 때론 앞서나가는 기술과 사업의 발목을 잡는 부서라는 내부의 평가 아닌 평가를 들을 때도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선례 없이 가속화하는 시스템의 혁신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바로 옆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그를 어떻게든 따라잡으려는 법제들을 함께 공부하며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긴장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법조인은 중앙 집권화된 시스템하에서 최적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내변호사는 기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은 더욱 자명하다. 그렇다면 은행이 블록체인으로, 금융기관이 DeFi로, 등기와 계약이 스마트 컨트랙으로 이전되고 모든 기업과 플랫폼이 웹 3.0 시스템하에서 분산화된 사회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어떤 모습일까. 한번 생각해볼만 한 문제다.

 

/김예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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