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전 재판을 가고 있었습니다. 이브이고 금요일이라 늦을까 오랜만에 남편 출근길에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었지만 몸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다 두꺼운 기록봉투를 들고 이동하는 것이 엄두가 안나 남편 차를 타고 달리는 차 안에서 변론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에 참석하겠다는 의뢰인들과 통화를 하며 챙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딸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기도 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너무 걱정이 되었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황급히 전화를 받았더니 크리스마스 행사 때문에 빨강과 초록색 옷을 입어야 하는데 저희 아이만 평소처럼 입고 등원했고, 부모가 미리 준비해서 그날 유치원에 오신 산타할아버지로부터 받아야하는 선물이 준비가 안됐다고, 점심까지 준비해서 보내주실 수 있느냐는 연락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홀로 다름에 신경 쓰고 있을 아이의 마음이 떠올랐고,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가 상처 받았을 것에 미안했고, 무심한 엄마라는 사실에 무너졌습니다. 나는 뭘 위해 오늘도 이렇게 달리는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내 눈물을 닦고 남편에게는 아이 유치원으로 가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저는 변호사 일을 하였습니다. 오전 변론을 잘 마쳤고, 오후에는 다른 소송 대리를 했고, 저녁에는 학생이 당사자인 사건의 상담을 했습니다. 당사자가 어린 학생일 경우 저는 늘 마음이 약해집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제 아이들이 떠오르고 그래서인지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마치 제 일처럼 몰입하게 됩니다. 늦은 저녁까지 상담을 마치고 바쁘게 몰아친 하루 일과가 끝나니 그제야 제 아이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얼른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사무실 문 앞에 케이크가 있었습니다. 늦게까지 상담을 해주어 감사드린다며 학생의 부모님이 사놓고 가신 케이크였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자지 않기를 바라며, 케이크를 들고 버스를 타고 부리나케 뛰어 집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막 자려고 할 때 집에 도착했습니다. 케이크를 들고 온 저를 반기며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늦은 밤 아이들과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먹으며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멋진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위하지 못해 미안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있음에 행복해하는 저는 엄마 변호사입니다.

/함인경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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