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을 향한 경쟁이 뜨겁다. 지방선거에도 상호 비방이 줄을 잇는데 대선이라고 질쏘냐 싶은지 후보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날을 세운 공방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고, 정치에 관심있는 지인들은 ‘내검너네(내가 하면 검증 너가 하면 네거티브)’ 속에서 정책선거의 행방을 묻고 있다. 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당연히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규제가 해외에 비해 엄격한 우리나라의 선거가 유독 후보 본인과 가족에 대한 사생활 관련 검증 집중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선거규제의 방향이 가지는 실효성을 되짚어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영국·미국·독일 등 선거의 역사가 긴 국가와 비교하면 유독 선거관련 ‘행위’ 규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일부만 예를 들어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 선거법이 금지하는 호별방문에 대해 영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과 선거용 인쇄물과 시설물에 대한 상세한 제한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과 달리 미국과 독일은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는 점, 그리고 단 영국의 경우 인쇄물에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 정보를 정하고 명예훼손 또는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비방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 규제를 할 뿐이라는 점 등이다.

우리나라의 첫 선거법은 1947년 미군정법령 제175호인 국회의원 선거법으로, 미국 선거규제와 같이 선거 운동의 자유 보장을 핵심 내용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후 1950년 국회의원선거법이 제정되고 수 회 개정을 거치며 더욱 선거와 관련한 강화된 행위 규제가 도입되었고 규제의 강도는 특히 1958년 민의원선거법·참의원선거법 도입시 정점을 찍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직후 치루어진 당시 민의원 선거가 우리나라 선거사 중 가장 다양한 부정선거 유형을 만들어내고, 이기붕을 포함한 자유당 간부 9인이 무투표로 당선되고 그 중 2인은 선거무효판결을 받는 기록을 세운 선거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선거규제에 가장 큰 영향을 남긴 것은 일본의 선거법이다. 일본은 1925년 성인 남성에 대한 보통선거권을 도입하면서 민초의 정치참여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해 기존 해외 선거법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선거운동과 관련된 세밀한 규제를 담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1958년 선거법제가 가장 많이 참고한 일본의 1934년 보통선거법은 그 중에서도 가장 행위규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일본은 몇 차례 개정을 통해 규제적 측면을 완화하였지만, 우리의 선거법은 아직 예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학계 일각은 우리나라의 선거법을 ‘선거형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 경험 많은 보좌진은 필자에게 “이긴 자는 삼청동에(청와대), 진 자는 서초동에”라는 말을 알려줬다. 우리나라의 선거 ‘형법’의 가장 실질적인 효과는 정책 경쟁과 공정선거보다는 법조시장 활성화가 아닐까.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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