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사법행정 자문회의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논의

대한변협, 올초 디스커버리 TF 가동… 9월 자료집도 발간

법조계 “증거 관련 소모적 분쟁 줄어 내실있는 변론 가능”

사진: 대법원 제공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이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전 양측 당사자들이 증거를 서로 공개하며 쟁점을 정리하는 증거개시절차를 의미한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경우 법정에서의 소모적인 분쟁이 줄어, 더 충실한 변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지난 8일 개최한 제17차 정기회의에서 디스커버리 도입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달 법원행정처는 ‘디스커버리 제도 연구반’에 참여할 판사와 변호사·법학 교수 10여 명을 선발했으며,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해 제도 출범을 위한 밑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도 지난 3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TF팀(위원장 이건행)’을 설치하고 관련 법제도 연구에 주력해 왔다. TF팀은 주로 디스커버리 범위와 구체적 수단에 방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의 개시 증거 범위는 당사자 청구나 항변에 관련되는 것 중에서 비닉 특권이 없는(non-privileged) 자료 전부다. 비닉 특권은 증언녹취서, 질문서 등의 수단을 통해 증거 개시를 요구 받는 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특권으로 의뢰인-변호사 간 비닉 특권(Attorney-Client Privilge, ACP)이 핵심이다.

다만 국내에는 변호사 비닉 특권에 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도입 전 변호사 비닉 특권이 입법화 돼야 의뢰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TF팀은 또 배심제도연구회(회장 박승옥)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집대성한 ‘디스커버리 제도’ 자료집을 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료집에는 미 연방 민·형사 디스커버리 규정과 뉴욕·캘리포니아·버지니아·플로리다주(州)의 규정·지침,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관련 시사점 등이 담겨있다.

자료집에서는 국내 민사절차에서 꼭 도입해야 하는 디스커버리 절차로 ‘법정 외 증언녹취(depositions)’를 꼽았다. 법정 외 증언녹취는△법정 외 장소에서 △10명 범위 내에서 △선서 실시 권한 담당관 앞에서 △7시간 내의 구두 신문에 따라 청취·녹음할 수 있는 제도로 서면 질문이나 문서 제출과 함께 소송 전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우리나라의 증거보전 증인신문과 유사하지만 청구 당사자가 정하는 시간에,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실시된다는 점이 다르다.

한 변호사는 “법정 외 증언 녹취 제도는 증거 왜곡·은닉을 효과적으로 방지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선 변호사들은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경우 증거 현출을 둘러싼 불필요한 다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변론을 준비해 내실 있는 소송 준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김신(변시 6회) 김앤컴퍼니 변호사는 “명확하게 현출된 증거를 확인한 상태에서 변론을 준비할 경우, 소모적인 다툼을 줄어들어 재판이 공전(空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핵심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충실하게 변론을 준비할 수 있으므로 의뢰인의 법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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