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재무적 곤경에 처하면 먼저 채무를 동결시킬 방법을 찾을 것이다. 채무 상환을 독촉받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행여 중요한 영업용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절차가 개시된다면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무를 동결시키기 위해 취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혹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관리절차(금융기관과의 협의) 등 이른바 워크아웃(workout) 절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워크아웃은 사적 조정절차로서 그 법적 성질은 민법상 화해계약에 유사하다. 따라서 어느 한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통해 자신만의 채권 만족을 추구하는 등 모든 채권자들과의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반대 채권자들을 구속할 근거가 없어 절차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기업회생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회생을 통해 기업의 모든 채무를 법적으로 동결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시간적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빚 독촉이라는 소나기를 피해 법원이 제공한 처마 밑으로 들어가 쉬어 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이것만으로도 큰 혜택이다. 그리고 여기서 회생계획을 세워 회생할 수 있다. 회생채권자만 있다는 가정하에,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통상 채권액 기준)의 2/3가 찬성하면 회생계획안은 가결되고, 법원은 회생계획 인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법령 개정으로 채무액이 50억 원 이하인 경우 간이회생절차가 적용될 수 있는데 간이회생의 경우,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1/2 및 의결권자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에도 가결된 것으로 본다. 소규모 기업의 회생 성공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필자가 최근 경험한 사건의 경우도 의결권 총액의 2/3에 한참 미달한 51%의 찬성율에 불과하였지만 이 51% 찬성 채권자의 수가 총 채권자의 과반수에 해당하여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업회생의 문호가 더 넓게 개방된 느낌이다.

이처럼 기업회생은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게 추천할 유용한 제도이나,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회생은 위급한 환자가 응급실로 오는 것에 비유되곤 하는데 때를 놓치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과 유사하다. 회생에 성공하기 힘들거나 설사 힘들게 회생계획이 인가되어도 머지않아 파산에 이르는 예가 상당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자문변호사는 냉정한 판단을 통해 자문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파산을 권하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과 자금을 절약함으로써 채권자는 물론 기업을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회생절차를 감당할 자금 여력이 없거나 신용훼손으로 영업이 사실상 어려울 경우 파산을 선택해야 한다. 기업회생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회생이 가능한 기업을 법적으로 지원하여 도와주는 제도일 뿐, 이미 생존가능성을 상실한 기업을 살려내는 요술지팡이는 아니다.

끝으로 기업회생을 선택하도록 자문하였을 경우, 자문변호사 역할의 중요성과 보람을 이야기하고 싶다. 전문가로서 법원, 관리인, 채권자 등 다양한 주체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성실히 매개하며 회생계획안 수정을 통해 채권자들의 동의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회생 성공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진일 대한변협 등록 도산 전문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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