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후 영장 발부해도 위법성 그대로”

불법촬영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빼앗은 휴대폰을 조사하다가 다른 범죄에 관한 증거를 발견했더라도 따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등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8일 확정했다(2016도348).

재판부는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건 위법”이라면서 “범행 관련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 별도 범죄혐의 증거를 발견했다면 이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은 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후에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하는 데 동의했어도 그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며 “정보저장매체를 탐색·복제·출력하려면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전자정보 목록을 작성·교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2014년 불법촬영 피해자가 임의제출한 피고인 소유 휴대폰 2대에서 또 다른 피해자 2명에 대한 동종 범행 증거를 발견했다. 이후 동종 범행에 대한 2013년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영장 없이 복제한 CD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은 2013년과 2014년 사건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반면, 2심은 경찰이 추가 획득한 2013년 사건 영상 등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해 2014년 사건만 유죄로 인정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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