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바꾸기는 정말 어렵지만, 법안 발의 자체는 사실 간단하다. 발의 단계에는 어떠한 내용적 심사나 소요 예산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엄밀히는 발의 시 비용추계서를 함께 첨부해야 하나 실무상 비용추계를 요구했다는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하면 족하다). 결국, 발의만을 위해 요구되는 요건은 대표발의자 본인을 제외한 9인 이상의 동료의원의 공동발의 뿐이다(국회법 제79조).

그러나 이를 들여다보면 ‘법안은 쉽게 내더라도, 그것을 통과시키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법안이 원 취지를 지키며 모든 심사과정을 치러내고 본회의에서 가결되는 것은 힘든 여정이다. 그런데, 법안이 ‘당론’으로 지정되면 그 무게는 다르다. 당론으로 지정된 법안은 우선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상대적으로 신속히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렇기때문에 어느 의원이나 자신의 법안이 당론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는 녹록하지 않다. 당론 법안이 어디 내용의 합리성이나 기대되는 효과만으로 정해지겠는가. 많은 경우 시의성과 정무적 필요성 등이 요청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당마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정당의 경우를 살피면, 당론은 정당의 정책을 입안·심의하는 정책위원회에 속한 법안심사위원회가 심사해 결정한다. 당규는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으로 추천하고자 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경우 법안심사위원회에 해당 법률안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사를 통과하는 법안은 의원총회에 보고된다.

당론 법안은 크게 ‘당론으로 발의되는 법안’과 ‘당론으로 추인되는 법안’으로 나뉜다. 당론으로 발의되게 되면 당 소속 의원들 대부분의 공동발의를 받아 발의되는데, 최근 예시로는 152인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2102449)이 있다.

최근 필자는 필자의 의원님과 성안한 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는 기쁨을 경험했다. 난임부부들의 난임치료 시술 및 약제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안번호 2112701)이 그것이다. 저출산에 인구 절벽에 국가 소멸 위기라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낳고 싶은 난임부부들이 직접 경험해 봤다는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법안이다.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필자가 직접 정책위를 구성하는 십여 명의 국회의원들 앞에서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는 고난을 치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그 과정도 좋은 추억이다. 당론으로 채택된 이 법안은 금번 정기국회 중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거시적 정치담론과 국가의 대개혁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일상 속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의원실의 노력이 정당의 든든한 지원을 더욱 자주 받을 수 있다면, ‘여의도 등대’라는 의원회관에서 야근하는 많은 입법 노동자들이 더욱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웃과 사회의 고충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강지은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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