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라레바 아가씨’는 요즘 넷플릭스로 정주행 중인 일본 멜로 드라마 이름이다. 이 드라마는 30세 고교 동창 아가씨 3명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일본어 ‘타라레바’는 ‘만약 ~했다면’이라는 가정의 조사인데, 매번 과거에 이렇게 했다면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을 망상녀라고 놀리는 꽃미남 모델인 남자 조연과 주인공들의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닫도록 질문하면서 조언하는 가상의 귀여운 만화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고객에 대해 내가 수행하는 변호사로서의 역할은 타라레바 아가씨에 나오는 돌직구 발언을 하는 남자 조연이나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는 가상의 만화 캐릭터와 같은 입장일 수밖에 없는데, 고객들이 당면한 곤경과 관련된 분쟁 해결을 처리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타라레바 아가씨가 되어 ‘아, 이때 이 분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셨더라면’ ‘그 때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내 조언을 듣지 않고 다른 결정을 내려 상황이 더 안 좋아져 다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경우, 맥이 빠지면서 ‘이 분이 내 조언을 좀 심각하게 듣고 따르셨더라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경우 본인의 현실에 대한 자기 객관화가 안되어 있고 감정적 혼란을 겪기 마련이니 일단은 그 부분부터 정리를 시작하는 것이 급선무이기도 하지만, 나무라기보다는 이러한 과오들이 가져온 법률적 악영향과 결과에 대한 설명, 현재 상황 분석과 극복 방안을 마련해보려고 고객과 늘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당시 고객들이 처했던 상황이나 심정을 고려해 그분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이해하고 이분들의 입장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사안을 재구성하고 법률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면서 퍼즐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이분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것이 법률가의 숙명이자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내가 최선을 다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언젠가 타라레바 아가씨처럼 ‘아,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란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법률가의 자세를 다잡게 된다.

 

/이지은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리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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