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MZ세대, 가치소비를 중시하고 온라인 활동에 익숙한 이들은 미술품을 아낌없이 사들이는 아트테크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이들은 미술전시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아트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전까지 작품투자는 작품당 수천만 원,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 때문에 부유층의 유한 취미로만 인식돼 왔으나, MZ세대들은 온라인과 SNS에 친화적인 탓에 네이버쇼핑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작품을 보지도 않고 수십에서 수천만 원까지 소비하고 ‘플렉스(Flex: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 소장 작품들을 올린다. 네이버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cafe.naver.com/artandcollect)는 미술품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 막 가입한 초보부터 전문컬렉터까지, 주식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본인 자산의 30% 이상을 컬렉팅하는 이들까지 존재한다. 이들의 플렉스에 따라 크고 작은 옥션의 작가순위가 바뀌는 기이한 현상도 눈에 띈다.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 줄을 선 MZ세대컬렉터들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 줄을 선 MZ세대컬렉터들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아트테크에 빠져든 것일까. SNS를 통해 취향을 이끄는 인플루언서인 BTS 멤버 ‘RM이 다녀간 전시와 작품’이 이내 인스타를 도배하고, 서울옥션과 K옥션 등에서 하태임·문형태·우국원·김선우 등과 같은 젊은 작가들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현상은 코로나와 IT기술을 통한 전환의 결과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 포스터
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 포스터

신컬렉터층의 등장은 기존 미술의 ‘비공개성’을 평범한 이들로까지 확장시키면서 ‘정보의 공개성’을 낳았고, 신진·청년작가들의 NFT, 판화, 드로잉까지 1년씩 기다려야 사는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심지어 작품을 조각투자해서 사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그룹의 MZ세대가 작년 예술작품 구매에 평균 2억 6000만 원 가량 소비하며 큰 손으로 떠올랐다고 발표했다. 호황 속에 개막한 KIAF2021(제20회 한국국제아트페어)이 첫 VVIP오프닝에서 35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의 성장을 확인시킨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플렉스를 과시하는 MZ세대들의 문화가 가시화되면서 30만 원과 10만 원에 거래되는 VVIP, VIP 티켓을 소비하려는 젊은 컬렉터들의 열기가 이를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에 키아프의 해시태그가 붙고, BTS의 뷔, 이병헌, 유아인, 실제 작품을 낸 솔비, 하정우, 지비지(기생충의 정재훈) 등의 셀러브리티가 직접 참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공의 관심은 더욱 집중된다. 아트테크의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MZ세대가 아트마켓을 주도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안현정 성균관대박물관 큐레이터

예술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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